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블랙박스 존재를 알고도 보고하지 않은 서초경찰서 수사관을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외압이나 청탁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 전 차관과 택시기사는 각각 증거인멸교사, 증거인멸혐의로 송치됐다. 서초서 수사팀장과 과장은 경찰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9일 브리핑을 열고 “이 전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전 과정을 들여다본 결과 외압이나 청탁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서초경찰서 A경사와 팀장, 과장 등 3명을 특수직무유기혐의로 입건해 조사한 결과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사람은 A경사 뿐이었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A경사는 사건 발생 3일 뒤인 지난해 11월 11일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지만 압수하거나 임의제출 요구를 하지 않았고 상부에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경찰이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내사 종결했고 언론 보도를 통해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졌지만 A경사는 영상 열람 사실을 이때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영상을 보고도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에선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팀장도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변호사’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들은 블랙박스 영상 존재를 모르고 있던 것으로 진상조사단은 파악했다. 진상조사단은 서장을 제외한 과장과 팀장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수사 심의위원회에 회부해 혐의 적용 여부를 심의한다는 계획이다. 서초서장의 경우엔 진상조사 내용을 토대로 감찰을 할 예정이다.
별도의 외압이나 청탁도 없었다고 봤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이 전 차관과 당시 서장을 포함한 대상자의 통화내역 8000여건을 분석한 결과 전·현직 경찰관과 통화한 내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이 전 차관이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경찰에게 건네는 장면이 CCTV에 확인됐는데, 통화내역을 조사한 결과 가족과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전 차관이 통화한 법조계 관계자와 정부관계자 등도 통화가 왜 이뤄졌는지 확인했다.
합의금을 건네고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부탁한 이 전 차관에 대해서는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적용됐다. 당초 이 전 차관이 삭제를 요청하긴 했지만 택시기사가 이를 경찰에게 보여준 점을 근거로 미수에 그쳐 혐의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경찰은 증거인멸교사 혐의의 경우 정범(증거인멸을 실행한 사람)이 함께 처벌돼야 하기 때문에 택시기사에 대해서도 증거인멸 혐의로 송치했다. 다만 경찰은 택시기사가 피해자라는 점, 또 이 전 차관의 요청에 의해 삭제를 했다는 사유를 참작해 적기로 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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