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짜리 조카를 마구 폭행하고 강제로 욕조 물에 집어넣는 ‘물고문’을 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의 엽기적인 학대 영상 일부가 공개됐다.
MBC는 지난 1월과 2월 A양의 이모 안모(34·무속인)씨의 집에서 촬영된 영상 2개 중 일부를 공개했다. 첫 번째 영상에서 안씨는 알몸 상태인 A양에게 “다시 들어가서 여기에 저거까지 같이 치워”라며 청소를 하라고 다그쳤다. 언뜻 포착된 A양의 허벅지에는 선명한 멍자국이 있었고, 욕실 바닥에는 아이를 묶는데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주황색 빨랫줄이 있었다.
두 번째 영상은 물고문이 있었던 2월 8일 촬영됐다. 영상 속 A양은 이모부 김모(33·국악인)씨가 “아이, XX”이라며 부르자 주춤거리며 다가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거실에 고꾸라졌다. A양은 넘어진 순간에도 안씨 쪽을 돌아보는 등 위축된 모습이었다. 양 눈에는 시퍼런 멍자국이 있었다.
이 영상 이후 이모 부부는 A양을 욕실로 끌고 가 욕조에서 물고문했다. 이들은 A양의 팔과 다리를 각각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여러 차례 강제로 넣었다 뺐다. 결국 A양은 다발성 피하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 및 익사로 사망했다.
A양의 부검을 담당한 법의학자 이정빈 교수는 감정서에서 “죽어갈 만큼 구타를 당한 상태에서 물고문 같은 행위를 몇 차례 당하기도 전에 사망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피해 아동이 병원에 후송됐더라도 소생 가능성은 희박했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날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조휴옥) 심리로 열린 이 사건 3차 공판에서 이씨와 김씨가 A양을 학대하며 찍은 동영상 13건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안씨가 A양을 대형 비닐봉지 안에 들어가게 한 뒤 그 안에 있던 개의 대변을 먹도록 강요하는 장면도 포함됐다. 안씨는 A양에게 “입에 쏙”이라고 말하며 개의 대변을 먹으라고 지시했고, A양이 대변을 입에 넣자 “장난해? 삼켜”라고 했다.
사망 직전인 2월 7일 영상에서는 무릎을 꿇고 양손을 드는 벌을 받던 A양이 왼팔을 제대로 들지 못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검찰은 늑골이 부러진 A양이 팔을 제대로 들지 못해 오른손으로 왼손을 잡아 드는 식으로 버텨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씨 부부는 고통으로 팔을 들지 못하는 A양에게 “팔 똑바로 들어”라며 소리치고, 이후 국민체조를 시켰다.
안씨 부부는 A양을 학대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에 걸쳐 동영상과 사진으로 촬영했다. 안씨는 촬영 이유에 대해 “친모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고 진술했으나, 실제로 친모에게 전달한 동영상은 거의 없고 사진만 일부 전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딸의 학대 정황을 알면서도 이를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양의 친모는 지난달 31일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친모 또한 이 사건의 피의자여서 합의 여부가 양형에 고려될 요소는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일에 열릴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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