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가 4일 단행한 검사장급 간부 인사 결과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은 대구지검장으로, 노정연 서울서부지검장은 창원지검장으로, 이주형 의정부지검장은 울산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수도권의 지검장으로 있다가 나란히 하방(下放)하는 이들 셋은, 앞으로 자신과 사법연수원 동기(25기)인 고검장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이들은 일선 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정치권이 결부된 사건의 수사를 소신 있게 지휘했고, 필요한 때에는 법무부를 상대로도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김 지검장, 노 지검장, 이 지검장은 지난해 11월 26일 전국 검사장들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비판 성명을 냈을 때 맨 위에 이름을 올렸던 3명이다. 당시 검사장들은 추 전 장관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징계를 청구하자 “법적 절차와 내용에 있어 성급하고 무리하다고 평가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한다”고 고언(苦言)했다.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신임 서울고검장),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신임 수원고검장),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이 비판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었다.
나란히 연수원 25기 동기인 이들 지검장은 정치권이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건들을 소신 있게 처리했다. 김후곤 지검장이 지휘한 서울북부지검에서는 지난해 ‘운동권 대부’ 허인회씨의 도청탐지업체 국가기관 납품 알선 사건과 관련해 허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허씨의 로비 활동에 관여된 여야 국회의원 10여명을 조사했다. 당시 수사 결과 정부의 예산 편성과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 특정 업체와 브로커가 관여했다는 사실이 자연스레 드러났다. 서울북부지검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 사건도 수사했다.
노정연 지검장이 운영한 서울서부지검은 지난해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의혹 사건을 수사했고,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횡령·사기 등 8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서울서부지검은 수사 결과를 언론에 공식 발표할 때 보도자료에 수사 부서와 부장검사의 이름을 적는 대신 ‘서울서부지검(검사장 노정연)’이라고 적었다. 검찰 관계자들은 “갈라진 여론 앞에서, 지검장이 수사에 책임진다고 공언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주형 지검장은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 감찰·징계 사태 당시 법무부 감찰위원 중 1명으로 목소리를 냈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의결한 내용은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징계 청구, 직무배제, 수사의뢰 처분은 부적정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감찰위원회 일정이 조율되는 과정에서 이 지검장에게 제때 연락이 가지 않았다는 ‘패싱’ 의혹이 일기도 했다.
수도권 일선을 책임지던 이들 지검장은 각각 대구지검, 창원지검, 울산지검으로 임지를 옮긴다. ‘수평 이동’이지만, 법조계는 유쾌한 인사는 아니라고 했다. 김 지검장은 동기인 권순범 신임 대구고검장과, 노 지검장과 이 지검장은 동기인 조재연 신임 부산고검장과 함께 일하게 됐다. 이번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은 부분은 ‘피고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서울고검장 승진이었다. 하지만 소신 행보를 보여온 김 지검장, 노 지검장, 이 지검장에게 명해진 인사 내용에 더욱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는 이들도 많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