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진화하는 가운데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한 신종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중고거래 판매자와 만나 본인이 물건을 챙기고,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중고거래 판매자 계좌에 돈을 넣도록 해 판매자를 사기범으로 만드는 식이다.
31일 JTBC 보도에 따르면, 30대 직장인 A씨는 그간 모아둔 금 75돈을 처분하기 위해 당근마켓에 판매 글을 올렸다. 며칠 뒤 한 남성이 2100만원 어치에 달하는 금을 모두 사겠다며 연락을 해왔다.
이 남성은 당장 거래하자며 A씨를 재촉하더니 거래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금을 보지도 않은 채 계좌번호를 불러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이 남성을 수상하게 여겼으나, 계좌에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뒤 안심하고 남성에게 금을 넘겨줬다.
하지만 10분 뒤 A씨는 은행 거래가 막혔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사기 계좌로 신고된 것이다.
알고 보니 A씨 통장에 들어온 돈은 금을 거래했던 남성이 아니라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가 보낸 돈이었다. 사기범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중고 거래 판매자 계좌에 돈을 입금하도록 지시한 다음, 본인은 금이나 상품권 같은 물건만 챙기는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이스피싱 단속이 강화되면서 돈을 직접 인출하기 어려워지자 이 같은 꾀를 낸 것이다.
A씨는 이의신청을 하고 2주를 기다린 끝에 겨우 거래 정지가 풀렸지만, 금을 팔고 받은 돈은 여전히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피해자에게 전액이나 일부를 돌려줘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당근마켓 내에서는 보이스피싱을 위한 연락처를 수집하는 사기 피해도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주의도 요구된다. 사기범들은 판매 글이나 무료 나눔 글을 올린 뒤, 이용자들에게 연락이 오면 카카오톡 오픈 채팅 혹은 개인연락처로 연락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주소지, 이름, 연락처 등을 알아내 보이스피싱 업체에 넘기는 수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연락처 수집의 경우 판매자가 중고거래 앱을 벗어난 다른 메신저에서 대화를 유도한다면 사기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명 인턴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