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운전자가 몰던 벤츠 승용차에 치여 숨진 60대 노동자의 유족이 지난 31일 “억울하고 처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제대로 된 처벌로 아버지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자신을 피해자의 가족이라고 소개한 A씨는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뚝섬역 새벽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일으킨 30대 만취 벤츠녀 피해자 유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허망한 죽음이 줄어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A씨는 “저의 아버지는 현재 61세로, 운영하던 가구 공장이 어려워지면서 공장을 정리한 후 자신의 적성을 살려 건설 쪽 업무를 하고 싶어 하셨다”며 “본인이 대표 자리에서 일용직 근로자가 되어 버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셨지만 가장이기에 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진의 몫을 다하고 싶어 하시던 분이었다”고 했다.
이어 “(사고 당일인) 5월 24일 아버지는 여느 날과 같이 야간근무를 했다”면서 “늘 새벽 4시 전후로 집에 돌아오셨던 아버지는 5시30분이 넘도록 귀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시간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고 저는 30대 만취 여성의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됐다”고 했다.
A씨는 “가해자는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고, 한 가정의 기둥과 같은 가장인 저의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아버지의 시신은 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아버지에게 마지막 수의마저 입혀드리지 못한 채 보내드려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고 아버지를 납골당에 모셔 드리고 오면서 사고 현장을 돌아봤다”며 “아버지가 얼마나 처참하게 돌아가셨을지 주변에 흔적들이 남아 있는 걸 보며 그 자리에서 얼마나 주저앉아 울고 돌아왔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인 남편이, 아버지가 없어지며 한 가족의 울타리가 무너진 지금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을 어떤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라며 “부디 음주운전으로 인해 저희와 같이 한순간에 가족을 잃는 사고가 줄어들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30대 여성 권모(30)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2시쯤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일용직 노동자를 자신의 벤츠 승용차로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고 당시 피해자는 낡은 지하철 방음벽을 철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30m 앞에서 신호수가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으나 권씨는 이를 무시하고 지나쳐 피해자를 덮쳤다. 체포 당시 권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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