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회고록 ‘조국의 시간’의 여진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지속되고 있다. 소신파 의원들은 당 지도부를 향해 회고록 출간에 대한 입장 표명을 압박했다. 반면 강성 친문 의원들은 ‘일독’을 권장하며 조 전 장관 띄우기에 나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당 지도부는 민심 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 일정을 연기하는 등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대표적 소신파인 조응천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에 “우리 당이 다시 조국의 시간이라는 수렁에 빠질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은 이준석 돌풍으로 활력이 만발하다”며 “이준석 돌풍과 조국 회고록 두 키워드가 후일에는 대선의 승패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영길 대표를 중심으로 명쾌하게 입장을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소장파 대선 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무 일 없었던 듯 넘어갈 일은 절대 아니다”며 “새로운 지도부가 이런(회고록) 논란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국민에게 답을 드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헌사도 이어졌다. 대표적 강성 친문파인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국이 흘린 피를 잊어선 안된다”며 “그가 흘린 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나무가 크게 자라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을 노예해방 운동가, 일제치하 독립투사로도 비유했다.
박찬대 의원도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전장의 한가운데서 외로이 싸웠던 선봉장 조국”이라며 칭송했다. 대선주자 중 조 전 장관에게 가장 먼저 응원 메시지를 건넸던 이낙연 전 대표도 정책토론회에서 기자들에게 “본인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무슨 의도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옹호했다.
지도부는 공개 일정에서 관련 언급을 일절 삼가는 등 신중을 기했다. 이날로 민심 경청 프로젝트 일정을 마무리한 송 대표는 회고록 출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 그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초 1일로 예정됐던 송 대표의 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는 2일 열리는 취임 1달 기자간담회와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두 일정의 성격이 겹친다는 것이 민주당 설명이지만, 회고록 출간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송 대표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조 전 장관도 입시 불공정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사과했다”며 “우리 당이 공정의 문제를 검찰과의 투쟁으로 끌고 가면서 국민에게 실망과 상처를 줬다. 입장을 조만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4·7 재보선 참패 후 ‘쓴소리 경청 릴레이’를 진행하고 있는 민주당 초선 모임 더민초는 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다. 이들은 재보선 패배서 나타난 민심과 향후 국정 운영 방향 등에 대해 문 대통령과 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가현 박세환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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