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40대 무주택자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쓴 청원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혼부부와 청년층에 대한 공급을 늘린 주택청약정책이 부당한 역차별이라며 “대통령과 정부를 믿었던 게 잘못”이라고 분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3일 ‘40대 전세살이들은 이 나라의 국민도 아닌 애만 낳고 사교육비로 집 한 채 없이 쫓겨 다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초등학교 자녀 두 명을 둔 40대 중반 무주택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자는 “문재인 정부를 좋아하고 김어준을 좋아하는 남편은 ‘무주택 점수가 있으니 청약을 하자’고 했고 (우리 가족은) 몇 년째 전세에 살고 있다”며 “그런데 최근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며 ‘전세보증금 2억을 올리거나 나가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에 물어보니 집주인은 자신이 들어온다고 거짓말하고 세입자를 들여도 전세금 1억원을 더 올려 3억원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 비용 1500만원은 돈도 아니라고 하더라”라며 “정부가 만든 계약갱신(청구권)은, 누군가는 착한 집주인을 만나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재수 없이 몇억을 구해내야 하는 판국”이라고 호소했다.
청원자는 “제가 느끼는 좌절감은 ‘정말 이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라며 “맞벌이하며 열심히 10년을 모아도 어제 대출받아 집 산 사람이 1억원씩 오르는 이 서울 집값에 편승하지 못한 저희가 바보”라고 썼다. 그러면서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는 대출을 풀어주던가. 고작 한다는 청약 제도가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 생애 최초냐”며 “불바다 같은 부동산시장에 편승하지 못한 사람을 세금의 노예로 전락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에는 “정부가 이래서는 안 된다. 이 나라의 세금을 떠받치고 있는 40·50대와 4년 전 문재인 정부를 믿고 뽑아준 세대에게 이러셔야 하느냐”며 “둘이 맞벌이로 초중고 학생들을 키우면서 세금을 내는 무주택자들이 신혼부부 집주인에게 전세 살며 (청약) 점수를 쌓으라는 거냐, 아니면 경기도로 떠나 1시간 반거리 출퇴근을 하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열심히 살고 싶다. 제도적 개편과 청약제도의 개선, 무주택자 대출규제완화를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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