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검사가 출금 과정에 위법 인식이 없었으며, 불법 출금을 시킬 동기도 없었다는 입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검사는 이른바 ‘윤중천 면담보고서’의 허위성이 공소장에 전제사실로 적힌 것과 관련해서도 억울함을 토로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홀로 작성한 보고서가 아닌데다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음해할 동기도 없다는 취지다. 이 검사 측은 본안에 대한 대응과 함께 검찰의 기소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공소기각 주장을 병행할 계획이다.
2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검사 측은 최근 검찰 기록을 열람·등사하고 본격적인 기록 검토에 들어갔다. 2019년 3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하자 허위 공문서로 출금을 요청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함께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 검사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2주 뒤인 다음 달 7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재판의 쟁점 중 하나는 당시 출금 조치에 대한 이 검사의 인식이다.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금을 요청하면서 일반 출금요청서를 사용했고 허위 사건번호를 기재했다. 이 검사 측은 “사건의 긴급성을 고려한 조치였을 뿐 출금 자체가 위법하다는 인식은 없었다”는 방어논리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절차적으로 완비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최선의 조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이 검사가 당시 김 전 차관을 실제 피의자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된다.
출금 요청이 단독 행동이 아니었다는 점도 이 검사 측 변론에 담길 전망이다. 이 검사 측은 사건 당일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법무부, 대검 등의 승인 여부를 확인하고자 노력했고 승인 하에 조치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이 검사가 정확히 어떤 경위로 승인 여부를 확인했는지는 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도 재판에서 언급이 불가피하다. 이 검사는 해당 보고서를 독자적으로 왜곡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 검찰 입장에서 이는 불법 출금의 동기와도 연결된다. 이 검사 측은 해당 의혹에 대해 “보고서는 당시 팀원들과 함께 작성한 것으로 독자적인 왜곡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검사는 주변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격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억울함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되고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던 윤 전 총장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왜 음해하겠냐는 것이다. 윤중천 면담보고서가 의도적으로 편집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보고서에 윤 전 총장에 대한 불완전한 풍문이 담겼다는 점이었다.
이 검사 측은 본안에 대한 변론과 공소기각 주장을 병행할 계획이다. 앞서 이 검사의 변호인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의 재이첩 요청을 무시한 채 전격 기소한 검찰의 공권력 행사를 문제 삼아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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