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정규직 고용·해고가 잦은 사업주의 고용보험료율 인상을 검토하면서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경영계에선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에 따른 고용보험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코로나19로 위기를 겪는 사업주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보험 경험요율제도 도입’에 관한 정책연구용역 경쟁입찰 공고를 냈다. 연구 기간은 오는 6월부터 9월까지로, 예산은 3500만원을 책정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를 많이 받는 사업장에 고용보험료율을 인상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파악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험요율은 과거 실적에 따라 차기 보험료에 차등을 주는 제도다. 운전자 과실로 차 사고가 나면 차기년도 보험료가 인상되는 방식과 비슷하다. 고용부는 공고문에서 “비정규직 고용 및 해고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업주에 대한 고용보험료의 경험요율제도 도입 방식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려는 것이 연구 목적”이라고 소개했다.
연구 내용은 ①사업주와 근로자 간 균등분담 방식이 아닌 사업주 부담비율을 높이거나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방식 ②비정규직 채용·해고 다발 사업장에 대한 경험요율 해외 적용 사례 ③정규직 채용 증가와 고용안정 효과 등 3가지로 구분했다.
고용보험은 월급의 1.6%를 사용자와 근로자가 0.8%씩 고정으로 균등 부담한다. 다만 고용부는 이번 연구에서 보험료율 1.6% 내에서 사업주 보험료율을 인상한다는 전제를 깔지 않았다. 근로자가 월급의 0.8%를 보험료로 내더라도 사업주는 비정규직 고용·해고 실적에 따라 0.8%를 초과해 낼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경우 전체 보험료는 1.6%를 넘길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실업급여 부정·반복수급을 제어하고, 정규직 고용 확대와 해고를 막는 효과도 있다.
경영계는 정부가 고용보험기금 고갈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봤다.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실업급여(11조9000억원)가 빠져나간 데 이어 올해에도 월 1조원 안팎의 실업급여가 지출됐기 때문이다. 고용부가 지난해 기금 적자 해소를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대출한 금액은 4조6997억원이다. 연말까지 갚아야 할 이자만 1330억원이다. 올해도 3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업은 삼중고를 우려한다. 코로나19로 이미 경영이 악화한 데 이어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까지 진행 중인데, 보험료율 인상까지 걱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주는 7월부터 특수고용직종사자의 보험료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사업주 고용보험료율 인상이 현실화하면 신규 채용은 더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 고갈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는 일자리를 추가로 마련하는 대책에 몰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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