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재직 시절 피의자들에게 뇌물을 받고 피해자 합의금까지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경찰관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신혁재 부장판사는 뇌물수수·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직 경찰관 오모(45·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2400여만원을 명령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과 형사팀에서 근무하던 오씨는 2018년 7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사건 처리에 편의를 제공해준다는 명목 등으로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총 24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오씨는 체포된 피의자에게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뒤 검찰에 송치해주는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또 크레인 전도 사고로 기사가 숨진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피의자에게 “내가 예전에 크레인 엎어진 것 수사를 했는데 그때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구속됐다”고 겁을 주며 금품을 요구해 5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오씨는 피해자가 이미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사건의 피의자에게 합의금으로 30만∼50만원씩 총 3차례에 걸쳐 11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오씨는 불법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2000만원을 빌려주고 매달 5%의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뇌물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직무와 관련해 범한 뇌물 수수와 사기 범행들로 인해 경찰의 직무집행에 대한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장기간 경찰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별다른 징계 처분을 받지 않고 직무를 수행했고, 사기 범행의 피해자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아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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