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학생 김은찬(가명) 앞으로 나오세요.”
지난 15일 은찬이는 난생처음 듣는 장학생이란 호칭에 어색한 듯 엉거주춤 단상에 올랐다. 전북 군산시 옥산면 힐빙센터에서 열린 군산사회복지장학회 장학금 전달식에서다. 그 순간만큼은 범죄소년이나 비행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손가락질 받던 아이가 아닌 보호관찰 기간 자신의 삶에 책임을 다해 칭찬받는 장학생 김은찬이었다.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은찬이 얼굴 위로 수줍은 듯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군산사회복지장학회(이사장 김기봉)는 이날 범죄의 굴레에 빠졌다가 잘못을 뉘우치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이어가는 모범 보호관찰 대상자 20명을 선정해 장학금을 수여했다.

인터넷 사기, 특수절도, 폭력, 불법도박 등 범죄의 굴레에 빠져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1년 이상 지난 청소년들 중 불량교우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가출·외박 등 문제행동을 성실히 개선하거나 학업성적이 향상되는 등 모범적으로 생활한 이들이 장학생으로 선정된다.
고등학교 1학년 형식(가명)이도 지난 1년간 보호 관찰관의 지도 감독에 따라 학교 부적응을 극복하고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해 장학생으로 선정됐다. 형식이는 중학교 2학년 때 학업에 흥미를 잃고 불량 교우들과 어울려 PC방을 전전하다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공범 1명이 망을 보는 사이 차량에서 금품 80만원을 훔치는 등 특수절도를 저지른 혐의로 보호관찰 명령을 받았다.

이날 김기봉 이사장은 장학금을 수여하면서 “인생의 갈림길에 설 때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은 오늘 너의 모습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줬다. 형식이는 “난생처음 본 이사장님이 갑자기 훅 가슴으로 안겨오는데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내가 뭔데 이렇게까지 해주시나 싶어서다. 후회스럽던 지난 기억이 스쳐 갔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서진(가명)이도 그랬다. 서진이는 “처음에는 ‘뭐지 이 할아버지?’ 했다. 그러다 ‘음…따뜻한 가슴을 가진 어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은정(가명)이는 “그냥 사고 안 쳤을 뿐인데, 남에게 사랑받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비행소년’이란 차가운 시선에 내몰려 왔던 아이들이 처음 느낀 따뜻함이었던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승주(가명)는 부모님이 이혼하고 가정환경이 어려워져 용돈을 마련한다고 불법 도박을 시작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허위 글을 올려 돈을 속여 뺏기도 했다. 도박, 특수절도로 보호관찰이 개시됐다. 그런 승주도 ‘관심’이 주어지니 변화가 찾아왔다. 학교 출결 관리, 귀가시간 점검 등을 중심으로 지도 감독이 실시되자 지난 1년간 재비행 없이 학업에 흥미를 갖고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고 있다. 승주는 이날 받은 장학증서와 꽃다발을 들곤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사랑받고 존중받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난 나쁜 놈이라, 안 되는 놈이라고 단념하고 살았는데 이제 내가 원하는 진짜 인생을 멋지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군산사회복지장학회는 1994년 3월 지역 자영업자 33명이 만들었다. 설립 이후 27년간 소외당하고,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학교시설개선 지원, 취약계층 지원 등 여러 활동을 벌여왔다. 이날 김 이사장은 장학증서와 꽃다발을 건네며 아이들에게 “얘야, 그래도 살다가 정말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 나를 찾아오려무나”며 격려를 건네기도 했다.
군산보호관찰소 최걸 소장은 “비행소년이라는 낙인으로 살아왔던 보호관찰 청소년들을 따뜻하게 보듬을 주는 것이 10년, 20년을 바라보는 가치 있는 투자”라며 “힘든 여건에서도 아낌없는 사랑을 나눠주신 김 이사장님과 군산사회복지장학회 관계자분들께 너무 고맙다”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승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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