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으로 1심 유죄를 선고받은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항소심 법정에 출석하며 손가락 욕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쌍둥이 측 변호사는 이 행위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그가 왜 그랬는지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무죄를 확신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써 “법정 출석 과정에서 해프닝이 있었던 모양”이라며 “변호인으로서 취재차 질문하신 기자분께는 죄송하다. 기자 개인에 대한 욕은 아니었음을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이 재판이 끝날 무렵 왜 그랬는지 공감할 수 있게 되도록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느 정도는 사건을 보는 관점과 고집 따위가 생겼고 결과를 예상하면 맞지 않는 경우도 여전히 있지만 대체로 예상이 결론으로 수렴되는 것 같다”며 “이 사건은 기록을 보고 증거를 검토해보면 변호인으로서는 무죄라고 볼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아마 저를 아시는 분들은 제가 함부로 무죄를 단언하지 않는다는 걸 아실 거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무죄여야 한다”며 “이걸 유죄로 한다면 대한민국 형사사법제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라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검찰, 법원 나름대로 열심히 검토하고 판단한 것을 알지만 이 사건은 몇 가지 선입견, 심각한 오류 몇 가지, 사소한 오해 몇 가지가 결합되면서 결국 사실과 다른 억측과 추정으로 이어졌고 결국 ‘사법적 사실’로 굳어졌다”며 “사법적 사실은 역사적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외면한다고 해도 ‘진실’은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로서 늘 ‘진실’로 ‘사법적 사실’과 싸운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의도한 대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우리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믿음으로 진실이 스스로를 드러내길 기대하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만약 이들이 무죄라면 오늘 일어난 사건(손가락 욕)은 아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또 추신을 덧붙여 “다음 공판기일에 진행할 프리젠테이션(PT)을 보면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이 어디였는지, 변호인이 무엇을 지적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5-3부(부장판사 이관형·최병률·원정숙) 심리로 열린 업무방해 혐의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문제의 행동을 했다. 질문하는 취재진에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인 것이다. 재판이 끝난 뒤 앞선 행동에 관해 묻자 “갑자기 달려들어 무례하게 물어보는 걸 직업정신이라고 할 수 있느냐” “사람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게 예의 없는 행동”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숙명여고 재학 중이던 2017년 2학기부터 2019년 1학기까지 교무부장이던 아버지로부터 시험지와 답안지를 미리 넘겨받은 뒤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 자매의 아버지 역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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