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결정된 국내총생산(GDP) 대비 (직접) 국방비 3.5%를 목표로 제시할 것”이라며 “한국도 국방비 증액에 대한 일정한 약속을 갖고 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직접 국방비는 현재 GDP 대비 2.3% 수준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미 동맹 강화 방안으로 제시한 조선 협력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새로운 차원의 협력을 시작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라며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볼턴은 대중국, 대북 강경파로 트럼프와 갈등 끝에 경질된 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앞장서 비판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는 한국 국방비 지출 확대를 계속 요구해왔다. 당신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이런 논의에 직접 참여해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얼마나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보나?
“최근 나토 정상회의에서 보듯이 트럼프의 동맹국 국방비 지출에 대한 요구는 1기 때보다 줄어들지 않았다. 내가 (국가안보보좌관에서) 사임하기 직전에도 주둔비용 증액 등에 대해 한국, 일본과 논의를 시작했다. 트럼프는 분명히 이 문제를 다시 꺼낼 것이고 나토에서 설정한 3.5% (직접) 국방비 지출 목표를 제시할 것이다. 지금처럼 위험이 커진 세계에서는 GDP의 4~6% 수준의 방위비 지출이 합리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에도 3%까지 끌어올리라고 압박한 상태다. 그래서 이 문제는 분명히 다시 논의될 것이다. 한국 측에서도 국방비 증액에 대한 일정한 약속을 갖고 오길 바란다.”
-한국은 한·미동맹 강화 방안으로 미국의 조선업 협력, 마스가 프로젝트(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제안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분명히 관세·무역 문제를 국가 안보와 연계해 논의할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의 조선업체가 미국에 투자하거나 미국 내 조선소를 세우고 합작하는 것을 장려할 것이다. 현재 미 해군은 필요한 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군함뿐 아니라 물류 수송 능력도 부족하다. 이번 제안은 한·미 양국이 새로운 차원의 협력을 시작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다. 양국 정상이 이 논의를 시작한다면 이번 회담의 중요 성과가 될 것이다.
-한국이 국방비 증액의 대가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나는 미국이 한국 같은 동맹국들에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강력하고 분명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의) 목표는 트럼프에게 확장억제를 더욱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며 트럼프가 한국의 우려를 진정시킬 만한 해답을 해주길 기대한다.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수록 각국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할 압박이 커지게 된다. 나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핵무기를 갖는 것에 반대하진 않지만 새 핵보유국이 생기면 다른 나라들도 이를 따라가게 된다. 한국이 그 길로 나간다면 일본도 곧 뒤따를 것이고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중동에서 이란을 걱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란이 핵을 가지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국가와 터키도 따라가게 된다. ”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 중 하나는 ‘동맹의 현대화’로 예상된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통해 중국 견제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북한 억제에 집중하고 있다. 양국의 시각차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
“나는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위협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본다. 물론 같은 위협은 아니지만 한·미 동맹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이해하려면 이 문제를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4년 임기는 사실상 오바마 정부 시절과 유사한 ‘전략적 인내’의 연장이었다.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었다.
북한 핵은 아직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지만, 유도 기술이나 대기권 재진입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을 위협할 수 있는 핵 능력을 보유한 것은 분명하다. 이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더 많이 논의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된 계획들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한·미·일 3국 간의 군사훈련이 계속되기를 나는 희망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처럼 일본과의 연합훈련을 꺼리는 분위기가 된다면 한·미·일 모두에게 후퇴가 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서로 알아가는 자리가 돼야 한다. 트럼프는 앞으로 3년 반 더 재임하게 될 것이므로 한국 입장에서 새로운 구상을 강하게 밀기보다는 깊고 우호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
-당신은 트럼프의 목표가 노벨평화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트럼프가 노벨상 목표를 위해 김정은과 다시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그 회담에 한국은 어떻게 관여할 수 있을까?
“나 개인적으로는 트럼프가 아직 김정은과 접촉을 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놀랍다. 아마도 우크라이나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있지만, 시점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북한과 매우 부적절한 합의를 시도할까 봐 걱정된다.
트럼프 1기 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판문점 회담 당시 벌어진 외교 의전 문제처럼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느꼈던 경우가 많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김정은의 계획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각자의 우선순위에 대해 상호 이해를 형성해야 한다.”
-김정은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매우 밀착된 모습이다.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협상 테이블에 돌아올 동기가 있다고 생각하나?
“김정은이 가진 지렛대는 앞서 말했듯이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원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베트남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로 생각할 수 있다. 김정은은 트럼프가 (노벨상) 압박을 받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고 그것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그 회담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적어도 회담 전후에는 반드시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트럼프와 그런 방식으로 매우 효과적으로 소통했다. 한국도 그렇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트럼프가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고 군축 등으로 입장을 바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트럼프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그런 의도로 말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트럼프는 ‘북한이 이미 핵실험을 했으니 핵을 가졌다는 건 다 알지 않느냐’식의 일반적 표현을 한 것이다. 미국의 입장은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비핵화(CVID)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 트럼프 보좌진이 그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마코 루비오가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직하다 보니 지금 행정부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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