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과 검찰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 교수 측은 “특목고 학생이 기회의 측면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걸 불공정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변호인의 논리가 1심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엄상필)는 12일 정 교수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1심 선고로 구속되고 4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정 교수는 흰 셔츠에 정장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부가 직접 발언할 기회를 줬지만 정 교수는 “나중에 변호인을 통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재판에서 정 교수 측은 입시비리와 관련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정 교수 측 대리인은 “학부모가 알음알음 인턴십 활동을 마련하는 건 특수한 일이 아니다”라며 인턴십 및 체험학습 운영 실태와 관련된 추가 증거를 제출했다. 그러면서 “기회 마련의 측면에서 특목고 학생이 일반고 학생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다”며 “이런 부분을 사회적 불공정 문제로만 치부해버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모펀드와 관련해 동생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대리인은 “피고인이 바랐던 마음과 실제 행동이 분리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생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으면 했던 바람과 실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직원들의 자료 폐기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훈 코링크PE 대표는 당시 정 교수로부터 “동생 이름이 드러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의 증거수집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이 동양대 교양학부 사무실에서 컴퓨터에 1분13초 동안 USB를 꽂은 흔적이 새로 발견됐다”며 증거가 오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검찰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당시 포렌식을 진행하기 위해 USB를 끼웠다가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포렌식을 못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정 교수 측이 이날 재판에서 내놓은 주장에 대해서도 “구체적 입장을 전혀 말하지 않고 증언 내용이나 진술 내용에 대해서 악의적 흠집 내기 또는 정치적 의혹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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