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협박죄로 불구속 재판을 받던 60대가 합의 중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해 1·2심 모두 중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는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가 합의금을 과다하게 요구했다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9일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박재영 김상철 부장판사)는 살인·특수협박·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모(64)씨에게 1심 판단을 유지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작년 4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점에서 가게 주인 A씨(53)와 다툰 끝에 흉기로 A씨의 가슴을 찔러 과다 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외국인인 이씨는 앞서 작년 1월 A씨가 자신의 서류를 찢어 손해를 봤다는 주장에, 이를 해결하려고 A씨 가게를 찾았다. 그곳에서 이씨는 맥주병을 바닥에 던져 깨트리고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특수협박·업무방해)로 불구속기소 돼 1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이후 이씨는 A씨를 찾아가 100만 원에 합의해달라고 했으나 A씨가 500만 원을 요구하자 흉기를 휘둘러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에서 이씨는 A씨와 다투던 중 A씨가 먼저 흉기로 자신의 손등을 찔렀고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A씨가 넘어지면서 가슴을 찔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러 정황을 종합했을 때 이씨가 살해 의도를 가지고 흉기를 휘둘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심 재판부 판결에 이씨 측은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도 이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특수협박 등 혐의로 신고한 뒤 1개월가량 주점을 닫을 정도로 무서워했고, 피고인은 수차례 합의를 요구했다가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 전날 저녁 ‘오늘 합의가 안 되면 피해자를 죽이겠다’고 얘기하다가 피해자가 합의금으로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흉기로 피고인의 손등을 찌르자 격분해 살해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족에게 용서받지 못한 것은 물론 범행 주요 부분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등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며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노유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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