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더러 고독사로 죽으라는 거냐?” 임대 주택으로 이주를 권유하는 서울역쪽방상담소 직원이 대답으로 들은 말이다.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로 형성된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에는 1천여 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쪽방은 대략 1평(3.3㎡)에서 1.5평 정도 크기로 최소한의 살림만 있어도 어른 한 명 눕기가 버겁다.

이곳의 월세는 25~35만 원으로 쪽방 하나에 수도와 화장실은 5~6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한다. 크기나 환경을 고려한다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정부는 이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임대주택으로 이주를 권하고 있다. 기존 주택을 구조변경 한 임대주택은 10평 정도 크기에 화장실과 거실 등이 딸려 있다. 월세도 15만 원으로 쪽방보다 저렴하다.

서울역쪽방상담소는 분기별로 주민 100여 명을 임대주택 견학시킨다. 임대주택을 알리고 이주를 돕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주율은 생각보다 낮다. 100명 중 1~2명만 이주하고 그나마 다시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환경이나 비용을 고려한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1995년부터 쪽방촌에서 지낸 이 모 씨(82)는 “곰팡이가 생기고 생활이 불편한 건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찾아오는 사람 없이 홀로 지내는 건 두려워요”라며 쪽방촌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말했다. 부대끼며 지내는 이웃, 수시로 쪽방을 찾아오는 사회복지사들이 홀로 지내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존재이다. 쪽방에서 20년을 넘게 살아온 이들에게 쪽방은 이미 또 다른 고향이다.

쪽방촌을 떠나지 못하는 다른 이유는 서울역쪽방상담소를 비롯한 지원시설의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서울역쪽방상담소는 주민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 누구나 이용 가능한 세탁실과 샤워실을 365일 개방하고 있다. 또한, 방문간호사가 수시로 주민을 찾아 건강상태를 확인한다. 이외에도 각종 사회복지 단체의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접근성은 단지 물리적 거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새로 이주하는 곳에도 분명 사회복지시설과 사회복지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아픔이 있는 이들에게 낯선 복지사와 낯선 시설에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다.

서울역쪽방상담소 김갑록 소장은 “쪽방 상담소의 최종 목표는 상담소가 없어지는 것입니다”라며 “모든 주민이 쪽방을 디딤돌 삼아 더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또한 “이주율을 높이기 위해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성도 있습니다.”라며 “외국의 경우 5~6가구를 한 건물로 동시에 이주시켜 외로움과 새로운 환경의 두려움을 덜게 합니다”라고 했다.
김지훈 기자 d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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