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서귀포항 남쪽 외돌개 인근의 문섬 바닷속에 들어간 지난해 11월. 숨쉴 때마다 스킨스쿠버 장비가 만드는 보글보글 기포 소리에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내려갈수록 어둠은 짙어졌고 그것이 공포로 다가올 무렵 수심 5m 바닥에 도착했다. 그제서야 천천히 호흡하며 주변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펄럭이는 해초와 몰려다니는 물고기 틈에서 함께 유영하는 대구보건대 강사 이명욱씨와 지체장애인 도현욱씨가 보였다.

도씨는 13년 전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하다 잠수병에 걸렸다. 전신마비 상태까지 갔다가 회복했지만 다리를 절게 됐다. 땅에서 이동에 제약을 받게 되자 그는 다시 바다로 들어갔다. 물의 부력은 그의 몸을 가볍게 해주고 작은 몸짓에도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게 해준다. 스킨스쿠버를 재개해 물속에서 이동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이씨는 2008년 스킨스쿠버 강사로 활동하다 우연히 시각장애인의 물속 체험을 도왔다. 함께 다이빙을 하고 물 위로 나왔을 때 그가 더할 수 없이 만족해 하며 “내가 해냈어요”라고 말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를 계기로 장애인을 위한 수중재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장애인이 물속에서 혼자 다닐 수 있도록 스쿠버 휠체어도 개발해 특허를 냈다. 휠체어에 에어탱크와 수중호흡기를 달고 주행 스크루로 방향 전환과 360도 회전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현재 특수체육교육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장애인 스쿠버 모임을 만들어 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장애의 종류만큼이나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도 많다. 물속에도 그 길이 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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