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대응시스템에 대한 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인이 사망사건’ 재조명 이후 국회에서 법안이 쏟아졌고, 지난 8일 아동학대범죄 예방과 피해아동 보호 강화를 위해 마련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정인이법’이 통과됐다.
이를 두고 현장에선 정책을 실현할 전문인력과 지원이 없다면 정책이 쏟아져도 정인양과 같은 비극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제도’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에 배치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290명에 불과하다. 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신고는 4만1388건으로, 이 가운데 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3만70건으로 집계됐다. 전담공무원 290명을 기준으로 치면 1명당 142.7건을 담당한 셈이다.
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전국 시군구에 총 664명의 전담공무원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모든 학대 신고를 점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담공무원들은 지나친 업무 강도와 열악한 지원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충북 청주시의 한 전담공무원은 “밤낮으로 현장에 나간다. 매뉴얼에 따라 피조사자가 퇴근한 밤시간에 가정을 방문하고, 피해아동 응급조치까지 하다 보면 새벽 퇴근이 허다하다”며 “어떤 곳은 업무를 맡겠다는 직원이 없어서 제비뽑기로 정하기도 한다”고 한국일보에 전했다.
또 다른 전담공무원은 “피해아동이 다수이거나 영유아인 경우도 있고, 가해자가 보복성 연락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땐 승합차나 카시트, 공용휴대전화 등이 필요하지만 상담실 구축비 2000만원을 제외하면 지원이 전무하다”며 “편성된 예산이 없어서 전담공무원이 자비를 쓰는 지자체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피해아동을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한다는 데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최근에 연이어 발생한 아동학대 대응 강화 지침은 전담공무원들의 피를 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현재 대부분 지역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5인 이하이며 1명이 배치된 곳도 많다”며 “이 소수의 공무원이 배치된 시기는 10월로 업무를 익힐 틈도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일을 하는 중”이라고 적었다.
이어 “반드시 가정을 방문하고 현장조사를 하라는 매뉴얼로 저희는 가족이 퇴근한 6시 이후에 조사를 주로 시작한다”며 “밤 9시 조사 종료가 기본이고 응급조치라도 하는 날엔 새벽 2, 3시 퇴근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또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오전에는 조사내용을 시스템에 입력하는데 저번 주에만 신고가 25건이 접수됐다”며 인력이 부족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아동학대 쉼터를 즉시 확대하거나 불가능할 경우 그룹홈 등 시설에도 일시 보호하는 등의 정책”,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에 따른 예산지원 및 처우개선”, “전국 시군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조기 배치”를 요청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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