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견고해진 담원의 운영

Է:2021-01-04 18:13
:2021-01-0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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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푸시 후 정글 싸움 힘 보태는 라이너들
캐리로 보답하는 정글러

담원 게이밍은 세계 최고의 무력을 보유한 팀이지만, 동시에 아주 영리한 게임을 하는 팀이기도 하다. 지난 2일 열렸던 ‘2020 LoL KeSPA컵’ 결승전의 1세트는 담원의 힘과 지력이 모두 잘 드러난 게임이었다. 그날 ‘캐니언’ 김건부와 인터뷰를 진행해 게임을 복기했다.
2일 열린 2020 LoL KeSPA컵 결승전 갈무리

탑과 바텀 웨이브가 마주하는 1분40초경, 농심이 바텀 리시를 했다는 정보를 담원 바텀 듀오가 팀에 전달했다고 한다. 담원은 이를 통해 ‘피넛’ 한왕호(킨드레드)의 동선을 예측했다. 2분24초경 ‘쇼메이커’ 허수(조이)가 라인을 푸시한 뒤 농심 칼날부리에 와드를 설치했다. 2분51초경 레드 버프를 사냥하고 칼날부리로 온 한왕호의 모습이 이 와드에 포착됐다.

3분15초에 등장하는 바위게는 양 팀 정글러가 1개씩 나눠 사냥하는 게 일반적이다. 담원의 탑과 미드가 라인을 밀어넣고 있었기에 김건부(그레이브즈)는 위쪽 바위게를 건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는 “탑과 미드가 라인을 푸시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위쪽 바위게를 먹을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한왕호 역시 순순히 아래쪽 바위게로 향했다.
2일 열린 2020 LoL KeSPA컵 결승전 갈무리

그런데 김건부가 아래쪽 바위게까지 욕심냈다. 허수가 미드라인 주도권을 꽉 쥔 상황에서 바텀 듀오까지 라인을 강하게 푸시하고 있다는 게 담원과 김건부가 내세운 근거였다. 김건부는 “당시 킨드레드가 갈 곳은 돌거북과 아래쪽 바위게밖에 없었다. 미드와 바텀이 약간의 무빙만 해줘도 제가 바위게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담원은 빠르게 아래쪽 강가로 집결했다. 3분29초경 미드라인을 밀어넣고 온 허수가 바위게를 호시탐탐 노리던 한왕호와 마주쳤다. ‘베릴’ 조건희(갈리오)와 ‘고스트’ 장용준(미스 포츈)도 합류했다. 미스 포츈·갈리오 상대로 초반 리시까지 도운 이즈리얼·레오나가 라인 푸시를 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앞서 농심 바텀 듀오는 2레벨 킬각을 봤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김건부가 두 번째 바위게를 먹는 동안 조건희는 수정초를 터트려 한왕호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담원은 나머지 캠프를 다 비우고, 바위게를 놓친 한왕호의 다음 동선이 돌거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조건희가 수정초를 터트리기도 전에 농심 돌거북에 경고 핑이 찍혔다.
2일 열린 2020 LoL KeSPA컵 결승전 갈무리

한왕호는 돌거북을 사냥한 뒤 귀환해 아이템을 정비했다. 담원은 농심의 칼날부리가 아직 리스폰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한왕호가 아래쪽 정글로 향할 거라는 것도 짐작했다. 4분27초경 허수가 순간이동으로 미드에 복귀해 자신만의 턴을 만들었다. 그는 빠르게 라인을 밀고, 농심 아래쪽 정글에 제어와드와 일반와드를 설치했다. 도중에 한왕호와 눈이 마주쳐 어스름늑대 1개를 뺏어먹었다.

이제 담원 선수들에게 ‘상상 속의 킨드레드’란 존재하지 않았다. 담원의 계산 속에선 한왕호가 단 하나 남은 정글 캠프, 심술두꺼비를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담원 바텀 듀오는 상대 정글러가 근처에 있다는 걸 알았지만 공격적인 포지셔닝을 고수했다. 앞서 ‘덕담’ 서대길(이즈리얼)의 체력을 많이 깎아놨으므로 부담이 적었다.

허수는 대회 결승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뒤 방송 인터뷰에서 “항상 (라인을) 선 푸시하고 상대 정글러를 괴롭히는 플레이를 지향한다. 오늘은 평소처럼 했는데 잘 풀렸다”고 말했다. 상대 바위게 사냥을 저지하고, 2개의 와드를 설치해 동선을 제약하는 플레이가 그 예시였다.
2일 열린 2020 LoL KeSPA컵 결승전 갈무리

담원은 허수가 설치한 제어와드를 통해 한왕호가 다시 위쪽 정글로 향한 사실을 확인했다. 드래곤 사냥이 비교적 안전해졌다. 재정비를 마친 김건부가 바로 화염 드래곤으로 향했다. 그는 강타 2개를 전부 드래곤 사냥에 투자했다. 그는 “그레이브즈는 강타를 먼저 써도 체력 유지가 어렵지 않다”며 “최대한 빨리 드래곤을 사냥하고 정글을 돌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2일 열린 2020 LoL KeSPA컵 결승전 갈무리

김건부는 아래쪽에 등장한 바위게까지 재빠르게 사냥했다. 도중에 한왕호, ‘켈린’ 김형규(레오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사고가 나지 않았다. 이후 담원의 돌거북으로 향하던 김건부는 다시 한번 욕심을 부려 농심의 블루 버프로 선회했다. 앞선 바위게 싸움과 같은 방법 및 근거였다. 김건부는 미드와 바텀의 빠른 합류로 상대 정글러를 쫓아내고, 블루 버프를 강탈했다.

김건부는 “라이너들 덕분에 정글러 간 성장 껴차가 크게 벌어졌던 게임이었다”고 해당 경기를 총평했다. 그는 “우리 미드와 바텀이 웬만하면 라인을 먼저 푸시해준다. 그게 정말 고맙다.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 자연스럽게 선택지가 늘어나고, 저는 편하게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2일 열린 2020 LoL KeSPA컵 결승전 갈무리

담원은 내로남불로 게임했다. 자신들은 상대 정글에 들어가도 됐지만, 상대 팀이 자신들의 정글에 들어오면 크게 화를 냈다. 11분54초경, 담원은 제어와드를 통해 한왕호가 자신들의 심술두꺼비를 카운터 정글링하러 들어간 사실을 알아냈다. 이 제어와드는 5분 전인 6분51초경 허수가 설치했다.
2일 열린 2020 LoL KeSPA컵 결승전 갈무리

한왕호가 심술두꺼비를 치자마자 순간이동으로 복귀한 ‘칸’ 김동하(모데카이저)와 허수가 달려들었다. 그동안 김건부는 바텀 CS를 혼자 밀어넣고, 농심 심술두꺼비와 블루 버프, 바다 드래곤을 사냥하고, 미드에 협곡의 전령을 소환해 추가 골드를 획득했다. 그리고 농심 위쪽 정글로 들어가 칼날부리와 레드 버프까지 먹었다. 자연스럽게 무자비한 샷건부가 완성됐다.

담원의 운영 철학과 게임 설계는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과 ‘2020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거치며 더 견고해졌다. 정글러를 제외한 상대팀 4인은 정글 차이를, 정글러는 라이너 차이를 외칠 수밖에 없는 게임을 담원은 KeSPA컵 내내 보여줬다. 올해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담원의 돌격대장 역할을 수행한 김건부는 자신의 강점으로 자신감과 교전 능력을 꼽았다. 그는 “확실한 근거가 있으면 무조건 앞으로 가는 게 제 장점인 것 같다”며 “교전 능력도 자신 있다. 교전 시 상황 판단이라든지, 상대방의 스킬을 잘 피하고 제 스킬은 잘 맞출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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