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찾아온 대구 키다리 아저씨 “마지막 기부”

Է:2020-12-23 10:00
:2020-12-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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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키다리 아저씨의 마지막 기부금과 그동안 기부를 하며 느낀 소감을 담은 메모.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매년 겨울 이름을 숨긴 채 거액을 기부해온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올해도 찾아왔다. 스스로 약속한 기부 목표를 이룬 그는 10년 가까이 이어온 기부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23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사랑의 열매)에 따르면 전날 키다리 아저씨가 사랑의 열매로 전화를 해 저녁에 만나자고 했다. 사랑의 열매 관계자들과 한 작은 매운탕 가게에서 만난 키다리 아저씨 부부는 인사를 건넨 후 낡은 가방 속에서 봉투 한 장을 꺼냈다. 봉투에는 5000여만원의 수표와 메모가 들어있었다.

메모에는 ‘스스로와의 약속인 10년의 기부를 마지막으로 익명 기부를 마무리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앞으로도 많은 키다리 아저씨들이 나눔에 참여를 했으면 좋겠다. 나누는 동안 즐거움과 행복함을 많이 느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작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키다리 아저씨는 경북지역에서 태어났는데 1960년대에 학업을 위해 대구로 왔다고 한다. 일찍 아버지를 잃어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됐고 생활을 위해 직장에 다닐 수밖에 없었다. 아내를 만난 후 단칸방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한 키다리 아저씨는 늘 절약하는 생활을 해왔고 수익의 3분의 1을 소외된 이웃들과 나누는 삶을 60대가 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많은 위기도 있었고 그때마다 기부 중단을 권유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키다리 아저씨는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나눔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키다리 아저씨의 부인은 “첫 번째와 두 번째 기부 때는 남편이 키다리 아저씨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어느 날 신문에 키다리 아저씨가 남긴 필체를 봤는데 남편인 것 같아 물어보니 그렇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것을 알게 된 자녀들도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손주 또한 할아버지를 닮아 일상에서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키다리 아저씨는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며 “앞으로 더 많은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나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키다리 아저씨는 2012년 1월 처음 사랑의 열매를 방문해 익명으로 1억원을 전달하며 나눔을 시작했다. 이후 매년 사랑의 열매를 찾아 기부를 했는데 키다리 아저씨가 10회에 걸쳐 사랑의 열매에 기탁한 성금은 10억3500여만원에 달한다.

이희정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오랜 시간 따뜻한 나눔을 실천한 키다리 아저씨가 너무 고맙다”며 “성금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꼭 필요한 곳에 늦지 않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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