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검찰총장의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재판을 검찰에 유리하게 이끌려고 재판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던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윤 총장의 징계 사유 중 하나였던 ‘재판부 문건’ 첫머리에 김미리 부장판사를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세평이 적힌 걸 두고 나온 질문이었다. 증인심문에 응한 대검찰청 관계자와 윤 총장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징계위원장 직무대리였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5일 2차 심의에서 재판부 문건 관련 증인심문을 진행하던 중 “해당 판사에 대해 긍정적 내용을 담은 것은 결국 이를 언론에 흘려 재판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의도가 아니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김 부장판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재판 등을 맡고 있다.
정 교수가 짚은 부분은 대검이 지난 2월 만든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첫머리에 등장하는 김 부장판사 부분이다. 문건에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언행이 부드러우며 원만하게 재판 진행을 잘함” “가급적 검사나 변호인의 말을 끊지 않고 잘 들어줌”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 같은 긍정적 표현조차 검찰의 ‘언론 플레이’를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추궁이었다.
현장에 출석한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은 “전혀 아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아니라 긍정적 평가에 대해서도 문제시하는 모습에 증인과 윤 총장 측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윤 총장 측은 김 부장판사의 이력에 대해서는 문건 작성 시기인 지난 2월 26일 이전에 이미 다수의 언론보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징계위는 이 문건에 전교조 사건 판결 사례 등이 기재된 것을 놓고 “‘전교조 판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좌익 판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징계위의 독자적 해석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문건에는 법관을 ‘전교조 판사’ ‘좌익 판사’로 규정한 문구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 성격이 없는 일반 사건들도 기재됐지만 문건의 전체적 취지는 무시하고 극히 일부분에 대해서만 악의적으로 선별됐다는 것이 징계위의 결론을 접한 검사들의 평가다.
징계위는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관리할 수 있는 정보가 수사정보에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검 예규인 수사정보정책관실 내부 지침에는 이 수사정보에 범죄 수사는 물론 ‘공소 유지’ 관련 정보도 포함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징계위 결론이 규정과 현실에 모두 괴리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교수는 “추가적으로 만든 문건이 있으면 이 자리에서 말하라”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무부의 첩보 전달에 따라 대검 감찰본부가 지난달 25일 진행했던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재판부 사찰과 관련한 추가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손 담당관은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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