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극약처방’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고통이 장기간 이어지는 것보다 차라리 강력한 조치를 통해 ‘코로나 대유행’을 서둘러 잡은 후 정상 영업에 나서는 게 낫다는 것이다.
국민일보가 14일 만난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확실하게 통제할 수만 있다면 일정 기간 전면적 영업 중단도 감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강모(30)씨는 “며칠 문을 닫아도 좋으니 코로나19를 잡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요즘 적자를 덜 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문을 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아르바이트 직원 2명에게도 ‘잠시 무급으로 쉬어줄 수 있겠느냐’고 양해를 구하고 저녁 장사는 아예 접었다”며 “임대료 등 고정비만 매달 300만원씩 나가는 상황에서 2단계든 2.5단계든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야간이 주 영업시간인 주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제한하는 것이 사실상 영업 중단 조치와 같기 때문이다. 경기도 부천에서 5년째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63)씨는 올해 벌써 3개월 가까이 휴업 중이다. 김씨는 “3단계든 뭐든 확실하게 통제를 해 코로나19를 박멸하고 문을 다시 여는 게 소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3단계 격상이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경기도 용인에서 수제맥주집을 운영하는 A씨(31·여)는 “낮 장사를 위해 점심 메뉴를 보강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하루 매출이 10만원대까지 떨어졌다”면서 “지난번에 2.5단계로 올리지 말고 아예 3단계로 올려 확실히 더 통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에 이른 지금 올려서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체념 섞인 반응을 보였다.
거리두기 조치 세분화 등 자꾸만 달라지는 정부 정책도 자영업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수도권에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31·여)씨는 거리두기 단계가 조정될 때마다 매장 영업을 해도 되는지 등을 직접 시청에 문의했다고 했다.
조씨는 “1~3단계로 나눴다가 0.5단계로 다시 나누고, 내용도 각각 다르니 우리 매장에 적용되는 규제가 무엇인지 숙지하는 일도 스트레스”라며 “옆 카페에서 ‘영업하면 신고하겠다’는 협박 전화까지 받아 코로나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적절한 시점을 놓쳐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더라도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8~9월에는 집단감염원이 몇 군데로 한정돼 있어 3단계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단계를 격상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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