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는 여섯 살 여자아이다. 동생이 돌이 지나고 예쁜 짓을 많이 하면서부터 떼가 늘기 시작했다. 그러다 최근엔 짜증도 심하게 부리고 친구들과도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엄마 눈을 피해 동생을 꼬집고 때리곤 했다. 유치원에서 공격적인 행동이 늘었다며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도 받았다.
S는 외가와 친가 양쪽 집안에서 첫 아이였기 때문에 부모뿐만 아니라 조부모, 친척들에게서도 관심을 독차지했었다. 그러나 남동생이 태어나자 부모는 어린 동생에게 손이 많이 가니 어쩔 수 없이 동생과 많은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었다. 조심한다고는 하지만 S와 스킨십도 줄고 애정표현도 줄고 놀아주는 시간 역시 현저히 줄었다. 조부모의 남동생에 대한 편애도 시작되었다. 욕구 불만 때문인지 누나인 S가 동생을 괴롭히고 동생도 지지 않으려 하니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엄마는 S를 큰 아이 취급하면서 동생에게 양보하라고 요구하게 됐다.
치료실에서 놀이를 하면서도 S는 귀엽고 사랑받는 강아지가 되고 싶다며 엄마와 아빠, 누나, 동생이 등장하는 강아지 가족 놀이를 했다. 그러면서 동생 강아지를 강물에 던져 버리기도 하고 세탁기에 넣어 버리기도 하였다.
S가 실제로도 ‘동생을 갖다 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한다며 엄마는 섬찟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S는 사랑을 독차지, 사랑을 나누어 본 경험이 없었다. 대개 둘째들은 형 또는 누나라는 경쟁자가 이미 있는 상태에서 태어나지만 첫째 아이들은 경우가 다르다. 그들에게 동생은 느닷없는 침입자다.
엄청난 상실감과 부모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면서 동생을 받아들이게 된다. 동생을 보고도 계속 사랑받는다는 확신이 들었다면 좀 다르겠지만 S와 같은 상태에서 동생을 버리고 싶은 아이의 감정은 너무나 당연하고 솔직한 거다. 그렇다면 동생을 갖다버린다고 아이가 말했을 때 어떤 대응이 적절할까? 말을 문자 그대로 들으면 당혹스럽고 난감한 마음이 들겠지만, 당황하지 말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 주자.
“S야 동생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구나? 동생에게 화나는 마음은 이해해. 그래서 동생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그럴 만해” 라고 공감해 주고,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인정해 주자. 아이의 마음이 좀 풀어졌다면 “그래도 동생을 갖다 버릴 수는 없다는 건 너도 알지? 엄마는 너를 몹시 사랑해. 그리고 동생도 사랑한단다. 엄마가 너를 버릴 수 없는 것처럼 동생도 갖다 버릴 수는 없어” 역설적이지만 이런 대답은 아이에게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된다, 미심쩍었던 엄마의 사랑, 믿음을 다시 확인하게 되고, 무엇보다 동생에 대해 ‘나쁜 생각을 한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어서 편안해 진다.
“S야 엄마는 동생보다 너를 먼저 만났고 먼저 사랑했단다. 우린 더 오랫동안 사랑한 거지. 그리고 넌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아주 많아, 엄마에게 많이 도움을 주고 있어. 고맙고 자랑스러워” “하지만 아직은 너도 어리니 엄마는 너도 계속 보살펴 줄 거야. 엄마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라고 말해 주자. 아이는 부담에서도 벗어나고 엄마의 첫 번째 사랑으로 긍지도 느끼게 된다.
그래도 남매 간에는 싸움이 잦을 수밖에 없을 거다. 너무 조급하게 개입하지는 말자.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가져야 하고, 그러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있지만 부모가 싸움에 개입하는 순간, 부모는 공공의 적이 된다.
‘엄마는 동생 편만 들어’ ‘엄마는 누나 편만 들어’라는 말을 들을 게 뻔하다. 아이들은 본래 어른들이 갈등에 끼어드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이 어른을 부르는 것은 ‘싸움’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관심을 보이라는 뜻에서이지, 싸움을 조정하거나 판결해 달라는 뜻이 아님을 명심하자. 싸움의 잘잘못은 아무리 현명한 부모도 판가름하기 어렵다. 싸움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지 않고서는 더욱 그렇다. ‘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등의 몇 가지 가족의 규칙만 지키도록 하면 된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