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고발이 있더라도 각하(却下) 감” “청부수사 우려가 있다”며 비난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과 서기관이 구속됐다. 추 장관이 “정책 결정에서의 단순한 문제” “정치인 총장의 편파 수사”라고 했지만 법원까지 그렇게 판단하진 않은 셈이다.
반면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수사의뢰했던 ‘재판부 문건’ 관련 직권남용 혐의 수사는 수사 실무진이 “수사를 중단하겠다”는 의견을 표했다. 법무부는 애초 윤 총장이 이 수사를 받는 피의자라서 전국 검찰을 지휘할 수 없으며 직무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법무부와의 사전 교감, 보고 누락 등 논란이 제기되면서 이 수사가 거꾸로 청부수사 의혹을 사고 있다.
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증거를 인멸한 공무원 2명의 신병을 확보하고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윗선’ 수사를 준비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백 전 장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거쳤다. 채 전 비서관의 경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신병 확보를 시도한 3명 중 1명은 영장이 기각됐지만 법조계는 ‘검찰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평가한다. 범죄 혐의가 소명된 ‘부인 2명 발부, 자백 1명 기각’ 사례라는 얘기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요구한다”며 “현 단계에서 검찰 수사는 상당한 수준으로 범죄 증명에 성공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무리하게 고발에 빗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부풀렸다”고 했었다.
추 장관이 비난한 수사는 탄력을 얻은 반면 추 장관이 수사의뢰한 사건은 출구를 찾고 있다.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옛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했던 허정수 대검 감찰본부 감찰3과장은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수사를 계속 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달 24일 법무부로부터 수사참고자료를 전달받아 사건을 인지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유사한 판사 사찰 문건이 더 있을 수 있다”며 시작된 수사에서 더한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수사 착수 이후 수사의뢰가 재차 이뤄진 연유, 압수수색 때 대검 감찰본부가 법무부의 지휘를 받았다는 의혹, 수사의뢰 이후 윤 총장 감찰기록에서 ‘직권남용죄 불성립’ 부분이 삭제됐다는 폭로가 거듭 논란이 됐다. 수사 단계마다 대검 수뇌부 보고가 누락된 점도 지적됐다. 대검 인권정책관실이 이 수사 절차 위법성 등을 조사하자 법무부 관련자들이 휴대전화를 바꿨다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법무부의 윤 총장 관련 주장이 반박되거나 뒤집히는 양상은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이틀 후면 ‘소의 이익’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기일 송달 논란 속에서 징계위원회를 2차례 미뤘다. 절차를 준수했다는 감찰 과정에서는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기록을 보지 못해 수사의뢰 결재를 거부한 일이 드러났다. 이용구 신임 차관은 지난 4일 윤 총장의 헌법소원 대응을 ‘악수(惡手)’라 표현하는 대화를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주고받았다. 그는 취임 직후 윤 총장 징계청구 건을 중립적으로 다룬다며 “예단하지 말라”고 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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