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 정기 변경과 함께 외국인이 사상 최대 순매도를 보였다. 대규모 매수세로 지수를 한껏 끌어올린 뒤 차익 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반면 최근 순매도를 이어온 개인은 외국인 매도 물량을 쓸어 담으며 사상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2.11포인트(1.60%) 내린 2591.34에 마감하며 3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전 거래일 대비 하락률은 이달 들어 가장 크다. 이달 전체 21거래일 중 코스피가 후퇴한 날은 이날을 포함해 4거래일뿐이다.
코스피가 2600선을 깨고 내려간 건 2년10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23일(2602.59) 이후 5거래일 만이다. 이 지수는 최근까지 사상 최고 기록을 거듭 갈아치우는 등 11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그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60포인트(0.55%) 오른 2648.05로 출발, 종전 장중 최고치인 지난 25일의 2642.25를 넘어섰지만 금세 힘을 잃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오후 들어 낙폭을 더욱 키웠고 장 마감 직전 더욱 급락했다.
하락세를 주도한 건 외국인이다. 이들은 사상 최대 규모인 2조403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종전 최대 순매도 기록인 지난 8월 31일의 1조6361억원보다 46.9%(7670억원) 많은 규모다. 강한 외국인 매도세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3원 오른 달러당 1106.5원에 마감했다.
그동안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코스피를 끌어올린 외국인은 이날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이달 들어 4일과 25일을 제외하고는 연일 순매도 행진을 이어왔다. 이달 첫 거래일인 지난 2일부터 전 거래일인 27일까지 20거래일간 외국인이 사들인 코스피 종목은 순매수 기준 7조3890억원어치다. 같은 기간 개인과 기관은 각각 5조42억원, 2조1852억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이 급하게 매도에 나선 데는 이날 이뤄지는 MSCI 지수 정기 변경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MSCI 지수는 전 세계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참고하는 지표다. 이번 변경에서 한국은 MSCI 신흥국 지수 내 비중이 약 0.3% 포인트 축소된다. 그만큼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덜 사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날 외국인이 대거 빠져나간 공백을 메우며 지수를 그나마 떠받친 건 ‘개미’(개인투자자)였다. 이들은 지난 5월 4일의 사상 최대 순매수 규모인 1조7001억원보다 28.8%(4904억원) 많은 2조190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이 이달 들어 전 거래일까지 코스피를 사들인 날은 8일로 절반이 안 된다. 외국인이 강한 매수로 증시를 끌어올리는 국면에서 개인은 보유 주식을 팔아왔다는 얘기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최근 적극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던 개인이 이날 외국인 순매도로 증시가 빠지자 다시 주식을 사들이며 재진입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와 개별 기업 펀더멘탈에 이상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이슈에 따른 수급 변화로 주가가 빠지는 경우를 매수 기회로 본다. 이날 기관은 2035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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