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다음 달 초 방한할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12월 초순 한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그의 방한에는 알렉스 웡 대북특별부대표도 동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월 20일로 임기를 종료하는 만큼 이번 방한에서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위한 논의가 진행될 여지는 적어 보인다. 오히려 미 대선 이후 정권 인수인계를 둘러싼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는 와중에 한반도의 안정적 상황 관리에 방한의 초점을 맞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내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를 소집해둔 북한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대미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에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의 도발을 감행하며 몸값을 높이기 위한 기선제압 행동에 나선 사례가 많았다.
미국에서는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기 전 돌발적 대외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미군의 추가 감축을 단행한 상태다.
대북특별대표로서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방한은 비건 부장관에게 개인적으로도 남다른 소회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건 부장관은 대북특별대표에 낙점돼 2018년 8월부터 미국의 대북 실무 협상을 총괄해 왔다.
2019년 12월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하면서도 대북특별대표 직함을 내려놓지 않을 만큼 북·미 협상에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도 상당한 아쉬움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부장관은 2018년 9월 처음 방한했고, 부장관이 되고 나서는 지난 7월 초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2019년 2월에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 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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