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동본 금혼’에 이어 ‘근친혼 금지’도 위헌 판단이 나올까. 헌법재판소가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혼인 무효 사유로 규정한 현행 민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기 위해 12일 공개변론을 열었다. 근친혼 금지 규정이 위헌이란 쪽은 혼인의 자유와 외국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현행 유지 입장인 법무부는 근친혼 금지는 유전질환 방지와 우리나라 고유의 혼인·가족 풍속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맞섰다.
헌법소원 대상이 된 조항은 ‘8촌 이내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민법 809조 1항과 이를 위한한 경우 혼인을 무효로 하는 815조 2호다. 이번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A씨는 2016년 B씨와 혼인신고를 했는데, B씨는 6촌 사이임을 이유로 3개월 만에 혼인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가정법원은 앞선 민법 조항을 근거로 혼인을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A씨는 관련 조항들이 위헌이라며 헌재 문을 두드렸다.
A씨 측 주장의 핵심은 현행 민법이 규정한 근친혼 금지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A씨 측은 “근친혼 금지는 조선시대에 이르러서야 확립된 것으로 우리나라 전통의 가족제도나 사회질서라고 보기 어렵다”며 “1997년 동성동본금혼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혼인과 가족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변화했지만 법이 이런 사정을 반영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특히 3·4촌 이상의 방계혈족 사이 혼인을 허용하는 독일·일본 등의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유전학적 관점에서도 6~8촌인 혈족 사이의 혼인에서 자녀의 유전질환 발현 가능성은 비근친혼 자녀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A씨 측 참고인인 현소혜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도 “5촌 이상 방계혈족 간에는 더 이상 생활공동체라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근친혼 금지의 범위를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 축소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무부는 해당 민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혼인의 자유가 우리 민족 고유의 혼인풍속과 친족 관념의 전통을 이어받아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는 공익보다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고, 8촌 이내 혼인금지 조항은 근친혼 부부 사이 자녀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유전질환 및 생물학적 취약성을 방지하는 목적도 있다고 봤다.
정부 측 참고인인 서종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친족 간 어느 정도 친소관계가 있어야 혼인이 꺼려질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경험적·관습적·감정적 인식이 다르다”며 “외국 입법례에 비해 넓다고 해서 논리 필연적으로 위헌이라는 결론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고 반론을 폈다. 헌재는 이날 제시된 의견을 종합해 조만간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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