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7실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6실점, 브라이튼·크리스탈 팰리스 4실점….
지난 주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성적이다. 맨유는 손흥민(28)이 2골 1도움을 올린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로 홈에서 역대 3번째로 최다 실점(6골)하는 불명예를 썼고, 지난 시즌 아슬아슬하게 강등을 피한 아스톤 빌라를 상대한 리버풀은 1953년 선덜랜드에 패한 아스널 이후 리그 경기에서 처음으로 7골을 실점한 디펜딩 챔피언이 됐다.
이번 라운드에서만 유독 ‘골폭풍’이 거셌던 건 아니다. 지난 3라운드에서도 맨체스터 시티가 홈 경기장인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레스터 시티에 5실점(2대 5 패)했다. 경기장 개장 후 펼쳐진 438경기에서 5실점은 처음. 로이터통신은 5일(한국시간) 보도를 통해 이런 비상식적인 ‘골폭풍’의 이유를 분석했다.
2020-2021시즌 EPL의 득점 흐름은 유례없을 정도다. 4라운드까지 38경기에서 144골이나 터졌다. 경기당 평균 3.78골이 들어간 것. EPL 한 시즌 최다 평균 골 기록인 2018-2019시즌의 경기당 2.82골보다 1골 정도가 높아진 흐름이다. 지난 2라운드에선 EPL 역대 한 주간 최다골 기록(44골)이 세워졌고 이번 4라운드에선 그보다 단 3골이 부족(41골)했을 정도로,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올 시즌 EPL의 흥미진진함에 팬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크다.
로이터통신은 올 시즌 이렇게 골이 많이 터지는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무관중 경기’를 꼽았다. 원정팀에 압박감을 줄 홈 서포터즈들이 없기에 ‘홈 어드벤티지’가 어느 시즌보다 원정팀들에 적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풋볼365도 “패스미스와 난사된 슛에 대한 팬들의 맹공격에서 가해지는 압박감이 없는 것이 골폭풍의 이유”라며 “원정 팀들도 위협적인 홈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 시즌 4라운드까지 열린 38경기 중 절반인 19경기에서 홈 팀이 패했다. 지난 시즌엔 4라운드 40경기 중 홈 팀이 패했던 건 15경기 밖에 없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5시즌과 비교해 올 시즌 홈 팀이 승리하는 경기 수가 가장 적다. 로이터통신은 “빈 경기장에서 경기하는 게 훈련장에서 훈련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득점 양을 늘린 이유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친 건 경기장 분위기 뿐만이 아니다. 관중이 없는 홈경기에 특별히 준비할 게 없어지면서 구단들이 경기마다 계속 이동하게 됐고, 경기당 간격까지 촘촘히 짜여 재정비 시간이 적어진 게 원인으로 지적된다. 리버풀 레전드인 제이미 캐러거는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은 프리시즌이 없었고 경기들도 빽빽하게 짜여 있다”며 “모든 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비의 취약점을 고치기 위해 코치가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시간이 없을 정도”라고 분석했다.
이에 예상치 못한 챔피언이 탄생할 가능성도 어느 시즌보다 커졌다. 현재 ‘빅4’는 예상치 못한 팀들로 가득 채워졌다. 지난 시즌 12위 에버턴이 4전 전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2~4위인 빌라, 레스터, 아스널도 지난 시즌 각각 17위, 5위, 8위였다. 지난 시즌 ‘빅4’였던 리버풀 맨시티 맨유 첼시는 올 시즌 각각 5위, 14위, 16위, 7위를 기록 중이다.
캐러거는 “한 팀이 승점 95점을 내고 우승하는 건 멋지지만, 이런 독주는 EPL(의 경쟁 체제)을 죽인다”며 “올 시즌 우리는 2015-2016시즌 우승한 레스터처럼 새 챔피언과 생소한 빅4 팀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EPL 흥행엔 좋은 징조”라고 유례 없는 골폭풍과 하위권 팀들의 반란을 반겼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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