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구본환 인천공항 사장의 해임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지난해 10월 태풍 미탁 북상 당시 부적절한 행적 문제가 꼽힌다. 그러나 일부에선 정부가 이른바 ‘인국공 사태’를 수습하는 차원에서 구 사장을 해임해 ‘꼬리 자르기’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5일 국토부와 인천공항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구 사장을 해임안을 기재부에 건의했다. 공공기관운영외원회(공운위)를 개최하고 구 사장 해임안을 처리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전해졌다. 이에 기재부는 다음 주 중반 공기업 사장의 선임과 해임 절차 등을 정하는 공운위를 열고, 구 사장의 해임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임안을 전달한 것을 사실이다. 다만 구체적인 해임 사유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구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국정감사 진행 도중 태풍 '미탁'(MITAG)의 북상에 따라 철도, 도로, 공항 등 태풍 관련 공공기관 기관장에 현장 대응을 지시했다.
그런데 당일 구 사장의 행적이 묘연해졌다. 인천공항공사는 당시 구 사장이 국정감사를 조기 퇴장한 이후 공항 외곽을 점검하고 영종도 사택에서 머물렀다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이후 구 사장이 인천공항 주변이 아닌 경기도 안양의 자택 부근 식당에서 법인카드를 약 23만원 가량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국토부는 최근 약 두 달 동안 구 사장 관련 의혹을 강도높게 조사했다. 인천공항 부근 구 사장의 사택 출입문을 임의로 열고 강제 수색까지 벌일 정도였다.
하지만 일부에선 지난 10월에 벌어진 일을 이유로 해임을 건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꼬리 자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최근 용역회사 계약직이었던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 채용을 놓고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일자 국면 전환을 위해 구 사장을 해임키로 했다는 것이다.
구 사장은 해임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 사장 후임 인사도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후임 사장을 정해놓고 해임을 건의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4월 최창학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을 갑질 논란 등을 이유로 공운위 절차를 거쳐 해임했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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