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수탈의 대상이었던 전북지역 만경강과 동진강을 강(江) 생태문화 발원지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전북연구원(원장 김선기)은 8일 ‘수탈의 강에서 강 생태 문화의 발원지로’라는 주제의 이슈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일제강점기 농업·공업·생활용수로 쓰였던 두 강에 역사와 문화를 덧입혀 새로운 생태문화의 어젠다를 확립하자는 게 뼈대다.
연구원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강은 인류에게 소중한 존재이자 극복해야할 대상이었다. 강을 바라보는 관점은 치수(治水)와 이수(利水)로 대표되는 제어 공간과 본연의 모습을 인정하고 밀접한 관계를 맺는 친수(親水) 공간으로 양분되었다.
전북 내부를 가로질러 서해로 흐르는 만경강과 동진강은 벽골제와 눌제로 대표되는 농경문화의 상징 수역으로 생태자원과 역사문화 자원의 보고(寶庫)이다. 따라서 충분히 강 문화를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게 전북연구원의 판단이다.
유럽의 경우 강 문화를 통한 라인강 고성가도와 예술회랑, 비엔날레, 수변공원 등을 조성, 도시민의 여가와 문화 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연구원 측은 이러한 관점에서 생태 보전은 물론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한 만경강과 동진강을 강 문화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생태복원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파괴되었던 강을 원상복구하며 역사 차원에만 머물렀던 친일 청산에서 벗어나 환경 측면의 친일 청산으로 전환하여 생태문화 사업 추진의 주요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북연구원 김보국 박사는 “전북은 앞서 강 생태 문화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거점 공간을 조성한 뒤 생태의 복원과 역사 문화자원을 연계한 강 문화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만경강은 완주군 원정산에서 발원하여 전주·익산·김제시 등을 거쳐 서해로 흘러든다. 길이 80.8㎞에 유역 면적은 1504여㎢에 이른다.
동진강은 정읍시 상두산에서 발원하여 김제평야를 지나 새만금사업지구로 흐른다. 길이 44.7㎞에 유역 면적은 1034㎢이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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