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을 선언한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33)를 둘러싸고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와 유력한 행선지 맨체스터 시티의 속내가 엇갈리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구단의 상징과도 같은 메시와 자칫 법적 소송까지 불사해야 하는 상황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맨시티는 메시가 오길 바라면서도 떠안아야 할 이적료와 연봉에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바르셀로나 경영진 일부는 메시가 구단에 한 푼의 이적료를 남기지 않고 나갈 가능성에 충격을 받은 상태다. 메시에게는 영입구단이 일정 금액 이상을 치러야 이적이 허용되는 바이아웃 조항 7억 유로(약 9816억원)이 계약상 걸려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메시 측에서는 이번 재계약 당시 새로 추가한 조항을 들며 이적료 없이 당장 팀을 떠나는 걸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디애슬레틱 등 보도에 따르면 이 조항은 시즌 종료를 기준으로 한 6월 10일까지 메시가 이적 의사를 밝힌다면 구단이 이번 시즌 종료에 맞춰 다른 조건 없이 놓아주는 걸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달라진 올해 축구계 일정이 변수가 될 것으로 해석된다. 만일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여태 십수년 간을 함께 한 메시와 바르셀로나 구단이 법정에서 만나는 ‘막장극’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
라몬 플레네스 바르셀로나 기술이사는 바르셀로나 구단이 아직 메시를 설득하길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떻게든 메시를 설득해 이적요청을 철회하고 신임 로날드 쿠만 감독 지휘 아래 뛰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쿠만 감독의 부임 전부터 이미 둘 사이가 틀어진 상태라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플레네스 이사는 “이 사안을 분쟁으로 끌고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메시와 구단 모두 그런 대접을 받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메시의 유력한 행선지인 맨시티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더타임스는 관계자를 인용해 맨시티 구단이 이미 메시 영입에 일주일 이상 공을 들여왔다고 보도했다. 바르셀로나에서 4년간 감독을 하며 메시가 기량을 발전시키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최근 메시와 직접 연락을 주고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맨시티의 페란 소리아노 이사 역시 바르셀로나 출신이다.
맨시티는 필요할 경우 메시를 구입할 자금력은 갖추고 있지만 일단 메시를 자유이적 신분으로 이적료 없이 데려올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더타임스는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맨시티 구단이 메시 이적의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파리 생제르맹과 맨시티의 맞수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메시의 아버지이자 에이전트인 호르헤 메시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맨시티가 가장 고민인 건 주급이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와 최소 한 해 7800만 파운드(약 1221억원) 임금과 초상권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수당 등까지 합하면 약 1억 파운드(약 1565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메시와 바르셀로나 사이에는 본래 계약 기간인 2021년 6월까지 남아있을 경우 구단이 지급해야 하는 로열티 보너스 7000만 유로(약 982억원)도 걸려있어 이 역시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메시 영입 의사를 보이는 인테르밀란 등 경쟁 구단은 선수에게 붙는 세율 면에서 맨시티와 비교해 이점을 가지고 있다. 메시의 부친이 올해 초 밀라노에 집을 산 사실도 알려졌다. 재정 수입과 지출 균형을 일정 비율 맞춰야 하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 역시 부담이다. 2018-19시즌 맨시티의 총임금 합계는 3억1600만 파운드(약 4945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맨시티가 메시와 계약하면서 통상적이지 않은 다른 방법을 쓸 가능성도 제기된다. 맨시티를 비롯해 미국 메이저리그싸커(MLS) 뉴욕 시티 FC 등 각 대륙에 축구단을 소유한 ‘시티 풋볼그룹’이 메시와 계약을 맺어 맨시티에서 뛴 이후 MLS 등에서 활약하도록 하는 안도 방안 중 하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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