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거주하는 A씨(39)는 췌장암 투병 중인 어머니 김모(72·여)씨의 수술을 불과 10여일 앞둔 지난 20일 서울 모 대학병원으로부터 갑자기 “수술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병원 측은 “수술을 집도할 의사는 있지만 전공의, 전임의(펠로) 등 보조할 인력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알려왔다. A씨는 “병원 측이 수술이 언제쯤 가능할지,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는 사이 어머니의 건강만 계속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하는 의료인들의 파업까지 더해지며 일선 현장의 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일선 의료 역량이 코로나19로 몰리는 상황에서 출산, 수술 등이 임박한 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다른 대형병원들이 비슷한 상황인 탓에 환자들로서는 대안을 구하기도 어렵다. A씨는 다른 대형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잡기 위해 매일 진료일정을 문의하고 있지만, 가장 빠른 수술일자가 다음달 13일이어서 2주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다 이마저 언제 연기될지 몰라 초조해하고 있다. A씨는 “당장 2~3주 수술이 늦춰지면 어머니의 생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데, 어떻게 의료공백이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냐”며 “정부와 의사들이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아무 잘못 없는 환자들의 목숨만 볼모가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임신 8개월차인 윤모(30·여)씨는 “다음달 출산 예정인데 출산을 어디서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혹시나 대학병원에서 출산하면 병원 파업과 코로나19 업무 때문에 제대로 진료를 못 받을까 불안하다”고 전했다.
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암 진단을 받은 뒤 내시경 검사를 받고 수술 날짜를 잡으려 했는데, 내시경 담당 의사가 파업에 참여해 검사가 3주 연기됐다” “병원들이 다 파업 중이라 9월 중순 이후에나 항암치료를 받게 됐다” 등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1일 전공의에 이어 파업에 동참하는 의료인들이 증가하고 있어 일선의 의료인력 공백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 따르면 24일 오전 9시 서울대병원 전임의 288명도 파업을 시작했다. 서울대병원은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 업무는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임상강사·펠로 등 전임의 인력에 공백이 생기며 업무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아산병원 전임의 일부도 이날부터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의료계에선 정부가 조속히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부경 고신대 의대 교수는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 “지금 당장 전쟁을 멈추고, 의사들을 코로나 진료 현장으로 투입시켜 달라”는 글을 올려 정부가 의료계와의 대화에 나서 의료 공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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