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조원 대 소송가액으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분쟁 최종 결론이 노동자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굳어졌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생산직 노동자의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토요일 근무에는 휴일근로수당이 지급돼야 한다고 봤다. 회사 측의 ‘경영상 어려움’ 적용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기아차 노동자 353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가 통상임금 소송에서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의 판결은 타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휴게시간은 생산직 근로자의 기본적 생리현상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거나 사업장 내 안전보건 및 효율적 생산을 위해 작업중단 및 정비 등에 필요한 시간으로 볼 수 있다”며 휴게시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토요 근무에 대해서는 “단체협약 개정 전후를 불문하고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휴일근로수당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그간 기업들은 경영상 어려움이 있을 때 노동자들이 추가 임금을 주장하는 것을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라고 항변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때의 신의칙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기업의 항변을 배척,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회사의 당기순이익, 매출액,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보유하는 현금과 금융상품의 정도,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에 비춰 볼 때 노조의 임금 청구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측의 신의칙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을 옳게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및 신의칙 항변의 인용 여부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함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또 “생산직 근로자의 근무시간 중 10~15분의 휴게시간이 그 명목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에 해당할 수 있는 점, 휴일에 토요일과 같이 단체협약상 휴일로 정한 날의 근로도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기아차 노동자 2만7451명은 2011년 정기상여금과 일비, 중식대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등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심까지는 소송을 낸 노동자들이 일부 승소했다.
애초 2만여명이 소송을 제기한 뒤 지난해 8월 기아차 사측과 노조가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및 미지급금 지급 방안을 합의하면서 대부분의 노동자가 소송을 취하했지만, 3531명이 끝까지 소송을 진행해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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