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도 ‘양승태 대법’ 판례 반기… “긴급조치, 배상책임 있다”

Է:2020-07-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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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양승태 사법부 판단에 반기를 든 하급심 선고가 이어지고 있다. 긴급조치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고등법원 판결까지 나오면서 대법원 판례가 변경될 여지도 생겼다.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김형두)는 1970년대 당시 유신헌법 철폐 시위에 참가하거나 ‘김지하 양심선언문’을 배포해 긴급조치 1·9호를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피해자 김모씨 등 3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긴급조치의 선포와 그에 따른 수사, 재판, 형의 집행 등 일련의 국가작용에서 불법성의 핵심은 긴급조치 자체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통치행위”라며 피해자가 수사 과정에서 겪은 고문이나 가혹행위 등 구체적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과는 정면충돌하는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긴급조치권 행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정치적 책임만 있고 개개인에 대한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었다.

특히 재판부는 “불법행위를 실제로 수행한 공무원은 교체 가능한 부품에 불과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긴급조치에 의한 불법행위는 국가 조직에 의해 이뤄졌고 공무원은 달리 행동할 여지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국가배상법이 개별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을 손해배상 책임 인정의 요건으로 삼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긴급조치에 따른 위법행위에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러한 경우에도 개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엄격히 요구하면, 국가가 시스템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해 오히려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줄어드는 부당한 결론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부장판사 김형석)도 지난 5월 8일 긴급조치로 피해를 입은 고(故) 장준하 선생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 재판부는 “실제로 피해가 발생했는데,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정의 관념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정부는 2015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항소한 상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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