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았던 1980∼1990년대 경기도 화성 일대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경찰의 재수사가 마무리됐다. 경찰은 이춘재(57)가 14명 여성을 살해하고 다른 9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과 강도질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살해된 피해자들 역시 대부분 성폭행 후 죽임을 당했다.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이 2일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춘재는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사무소 반경 3㎞ 내 4개 읍·면에서 발생한 10∼70대 여성 10명 살인 사건을 모두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 4건의 살인사건도 이춘재의 소행이었다.
1989년 7월 7일 화성 태안읍에 살던 김모(당시 8세)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살인사건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이번 수사에서 이춘재가 김양을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춘재는 살인 말고도 34건의 성폭행 또는 강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일부 살인사건 피해자들 유류품에서 나온 이춘재의 DNA 등 증거를 토대로 14건 살인 범행 모두 그가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다만 다른 사건의 경우 뚜렷한 증거가 없고 일부 피해자가 진술을 꺼려 확실한 피해자 진술을 확보한 사례만 그의 소행으로 결론 내렸다. 이렇게 확인된 것이 살인 이외 추가 성폭행·강도 범행 9건이다.
다만 이춘재가 첫 번째 살인사건을 저지른 1986년 이후 34년이 지났다. 무고한 이가 범죄자로 내몰리기도 했다. 1988년 9월 16일 화성 태안읍 박모 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8차 사건은 억울한 이가 누명을 썼다. 윤모(53)씨는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다. 현재 윤 씨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수원지법에서 재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 사건 피해자들의 유류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DNA 검출·분석을 의뢰한 것으로 수사는 시작됐다. 이춘재는 처제 살해 혐의로 부산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배 청장은 “이춘재는 피해자 아픔을 공감 못 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했다”며 “내성적이던 이춘재가 욕구 불만으로 가학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는 “이춘재 사건 무리한 수사로 피해 본 모든 분께 사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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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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