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의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1년 7개월간 진행돼온 검찰의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는 타격을 입게 됐다. 무리한 수사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26일 제9회 검찰수사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이 부회장 등을 불기소하라는 의견이 최종 의결됐다고 밝혔다. 심의위는 “위원들이 충분한 숙의를 거쳐 심의한 결과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이 됐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혐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검찰이 사건을 장기간 수사해왔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만큼 심의위 의견을 따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심의위의 결론은 수사팀에 강제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대검찰청 예규에는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존중한다고만 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지금까지 수사심의위 회의는 총 8번 내렸는데 검찰은 모두 심의위 의견대로 사건을 최종 처분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2018년 설치됐다.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취지였는데 심의위 의견을 따르지 않는 것은 수사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더라도 심의위 의견이 재판에서 유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주가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도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뤄졌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삼성은 합병 자체가 적법하게 이뤄졌고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도 국제회계기준을 따른 정당한 회계 처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관련 사안에 이 부회장이 개입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의위에서 불기소 의견이 나오면서 이런 삼성 측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앞서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영장 심리를 맡았던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었다.
이날 수사심의위는 오전 10시30분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검찰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이어 법리 공방을 벌였다. 검찰에서는 이복현(48) 부장검사와 이 부회장 대면조사를 담당한 최재훈(45) 부부장 검사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 측에서는 김기동(56) 전 부산지검장과 이동열(54) 전 서울서부지검장 등이 전면에 섰다. 이 부회장 등 사건 당사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에서는 우선 양창수(68) 전 대법관의 회피 안건을 논의하고 위원장 직무 대행을 정했다. 양 위원장은 이번 사건 피의자 중 한 명인 최지성(69)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위원장 직무를 회피했다. 양 전 대법관과 최 전 실장은 서울고 22회 동창이다. 양 전 대법관은 “최 전 실장과 오랜 친구 관계라 회피 사유에 해당 한다”고 설명했었다.
심의위 현안위원은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의 전문가 150~250명 중 추첨을 통해 15명이 정해진다. 이날 회의에는 14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삼성 측은 위원들에게 각각 A4 50쪽의 의견서를 전달하고 구두 진술 절차를 거쳤다. 심의위 위원들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사안을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양측도 이런 부분에 신경을 써서 프레젠테이션(PT)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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