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성적인 표현을 써가며 여학생들의 외모 순위를 매긴 고등학생에게 학교가 내린 징계 처분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고연금)는 A군이 모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징계 조치 처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4월 학교장이 A군에게 내린 징계 처분은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인천 한 고등학교 2학년이던 A군은 친구 2명과 페이스북 메신저 대화방에서 여학생들의 외모 순위를 매겼다. 같은 학교 여학생 여러 명의 이름이 대화방에서 오르내렸고, 성적인 표현이 적힌 사진도 공유됐다.
친구가 올린 사진을 본 A군은 대화방에서 “(성적으로) 그런 취향을 ○○○(여학생)가 받아주면 결혼해”라며 히히덕거렸다. 또 한 여학생의 이름을 언급하며 “진지하게 고백할까”라는 글을 대화방에 올리자 다른 친구가 “넌 차이고 돌아온다. 고백 장면을 생중계하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대화방에 이름이 오르내린 한 여학생이 알게 되면서 드러났다. 이 여학생은 학교 선배로부터 태블릿PC를 빌렸다가 한 달 전 해당 태블릿PC를 빌려 쓴 A군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저장된 것을 발견했고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 로그인했다.
남학생들의 대화를 보고 깜짝 놀란 이 여학생은 함께 이름이 언급된 친구에게도 대화 내용을 알렸고, 성적 수치심을 참을 수 없어 학교에 신고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A군 등의 메신저 대화는 사이버 성폭력 등 학교 폭력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학교장은 학폭위의 의결에 따라 A군에게 출석정지 5일, 학급 교체, 특별교육 5시간 이수, 여학생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등 징계 처분을 했다.
이에 A군은 “당시 메신저 대화 내용은 학교 폭력에 해당하지 않고 설사 학교 폭력이라고 하더라도 학교의 징계는 재량권을 벗어나 위법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학교 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며 “향후 당사자가 진학하거나 직업을 선택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신중히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군의 행위 사실은 인정되지만 학교폭력예방법에 명시된 위법 행위에 준할 정도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3명만 있는 메신저에서 그런 대화가 이뤄졌고 직접 피해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은 아니다”라며 “전후 대화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면 서로 놀리고 장난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 표현이 명예훼손·성폭력에 해당하거나 음란정보와 같은 심각한 내용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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