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이 남한 당국에 대한 신뢰가 산산조각 났으며 청와대의 대북전단 금지 조치에 믿음보다 의혹이 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가 국가안정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북전단·물품 살포 시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튿날 이라는 점에서 남북 관계의 긴장이 더 고조된다.
장 통전부장은 12일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남측의 대북 전단 살포 대응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애써 가져보려 했던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 났다”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는 전날인 11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를 열고 대북전단·물품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시 엄정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 통전부장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조선 속담이 그른데 없다”며 “우리로서는 믿음보다 의혹이 더 간다”고 지적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비판을 담은 담화를 발표한 직후 남측이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의지를 밝히고 전단 살포 단체 대표들을 수사 의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북측의 대남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장 통전부장은 “이것이 청와대가 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꾸며낸 술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좌우상하 눈치를 살피고 좌고우면하면서 번지르르하게 말 보따리만 풀어놓는 것이 남조선 당국”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여태껏 말이 부족하고 글을 제대로 남기지 못해 북남관계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한 장 통전부장은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진심으로 우려했다면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후 지금까지 2년이 되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대북전단 금지) 법 같은 것을 열 번 스무 번 더 만들고 남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북과 남이 손잡고 철석같이 약속하고 한자한자 따져가며 문서를 만들고 도장까지 눌러 세상에 엄숙히 선포한 합의와 선언도 휴지장처럼 만드는 사람들이 아무리 기름 발린 말을 한들 누가 곧이듣겠는가”라고 반문한 장 통전부장은 “가볍기 그지없는 혀 놀림으로 험악하게 번져진 오늘의 사태를 어물쩍 넘기려고 타산했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오산은 없을 것”이라며 “큰일이나 칠 것처럼 자주 흰소리를 치지만 실천은 한 걸음도 내 짚지 못하는 상대와 정말로 더 이상 마주 서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장 통전부장은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넘겨받았으며 이후 개인 명의로 낸 담화는 처음이다. 북한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외에도 13일 0시5분쯤 북한 주민들이 듣는 대내용 라디오인 조선중앙 방송을 통해 장금철 통전부장의 담화를 공개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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