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는 우레탄폼을 단열재로 쓰는 샌드위치패널 구조로 된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인명사고라는 점에서 2008년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판박이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샌드위치패널과 우레탄폼이 화재에 취약하지만 경제성 때문에 12년이 지난 지금도 건설현장에서 쓰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30일 건설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샌드위치패널과 우레탄폼이 물류창고 건설현장의 건설기간 단축과 시공비 절감에 효과적인 건축방식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 A씨는 “샌드위치패널 대신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건설할 수도 있지만, 물건을 보관하는 물류창고나 냉동창고는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지어야 하기 때문에 철근콘크리트 구조는 거의 쓰지 않는다”며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시공하면 샌드위치패널에 비해 공사 기간은 1.5배 정도 길어지고 비용도 상당히 늘어난다”고 말했다.
샌드위치패널 구조에서 철판 사이에 들어가는 단열재로 우레탄폼이 사용되는 이유도 경제성과 효과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B씨는 “다른 단열재보다 우레탄폼은 단열효과가 높은데다 단가가 저렴하고 공사 기간도 짧다”며 “대체재로 콘크리트와 유리섬유 등이 있지만 우레탄폼만큼 단열효과를 내는 재질은 없다”고 했다. 콘크리트 구조물로 단열효과를 내려면 벽면의 두께가 두꺼워진다. 유리섬유는 화재에는 강하지만 우레탄폼 보다 1.5배 정도 많은 양이 소모돼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C씨는 “우레탄폼은 에어스프레이방식이기 때문에 굴곡진 벽면에 시공할 때 일반 단열재보다 시공이 훨씬 용이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레탄폼 작업시 화재 위험이 굉장히 큰 유증기가 발생하는데, 상당수 건설현장에서 제대로 환기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이천 물류공장 화재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유증기에 불꽃이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샌드위치패널과 우레탄폼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안전수칙에 따르면 용접할 때 불티 비산방지덮개 등 챙겨야 할 것이 많은데 작업자들이 불편하니까 잘 지키지 않는 편”이라며 “대기업에서 감독하는 이른바 ‘1군 현장’에는 안전관리자가 있어 수칙이 잘 지켜지지만 안전관리자가 없는 중소 건설현장에서는 작업상 편의 때문에 수칙을 잘 지키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C씨도 “지인이 사고 현장에서 하루 정도 일했는데 많은 작업자가 한번에 몰려 여러 작업이 동시에 진행됐다고 하더라”며 “우레탄폼 작업 때도 여러 팀을 동시에 투입하거나 환기를 제대로 안 해 유증기가 쌓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수칙뿐만 아니라 공사에 사용되는 자재와 건축구조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난연처리한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지만 샌드위치패널 자체가 화재에 취약하기 때문에 아예 공사현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며 “선진국에서는 샌드위치패널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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