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연장한다고 발표했지만 두 달 넘게 이어진 ‘사회적 격리’에 지친 시민들은 휴일인 5일 서울 도심 속 공원 등으로 쏟아져 나왔다. 거리를 유지하려는 이들도 많았지만,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다닥다닥 붙어 그룹을 형성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생필품 구매, 의료기관 방문, 출퇴근 등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출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당부는 곳곳에서 무색해 보였다.
이날 오전 8시30분만 해도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는 꽃샘추위 탓인지 방문자가 거의 없었지만 오전 11시가 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유모차에 자녀를 태우고 나온 부모들,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 서로의 모습을 담기 바쁜 연인과 친구들로 서울숲은 금세 가득 찼다. 이들은 평상에 자리를 잡고 식사하거나 벚나무가 몰린 ‘포토존’에 몰려 사진을 찍었다. 돗자리를 펴고 원반 던지기나 캐치볼을 즐기기도 했다.
서울숲을 찾은 시민들은 “실내보단 바깥이 낫지 않느냐”고 입을 모았다. 커플인 박모(25)씨와 김모(25)씨는 “데이트는 해야겠는데 카페나 식당에서 만나긴 불안해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딸, 아들과 함께 나온 심모(42)씨는 “아이들이 유치원도 가지 못하고 있는데,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고 마스크를 씌우면 넓은 서울숲이 실내보다 낫지 않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마스크 없이 공원을 거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모(33)씨는 “우리 가족은 민감하지 않은 편이라 괜찮다”고 말했다. 공원 내에선 ‘마스크를 써주시고 다른 사람과 2m 이상 간격 유지해 달라’는 방송이 계속 나왔지만 이씨는 신경 쓰지 않았다. 공원 관계자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에게 주의를 줬지만 소용 없었다. 공원 관계자는 “강제 사항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오후에 찾은 광진구 뚝섬 한강공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주차장엔 차들이 많았고, 금지된 텐트도 잔디밭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공원 한 구석에선 마스크를 쓴 노인과 쓰지 않은 노인이 한데 어우러져 장기를 뒀다. 편의점엔 수십명의 사람들이 계산을 위해 줄을 섰다.
이처럼 일부 공원에 시민들이 몰린 것은 이른바 서울의 유명 벚꽂 명소들이 폐쇄되면서 발생한 풍선효과의 측면도 있다. 이날 공원에서 만난 시민 상당수는 “윤중로와 석촌호수에 가려고 했는데 폐쇄됐다는 소식에 서울숲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특정 지역에 대한 전면 폐쇄보다는 예약제 등을 도입해 동시에 사람이 몰리는 것과 풍선효과를 함께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야외는 실내보다 감염력이 낮지만 사람이 몰리면서 대중교통이나 편의점 같은 시설에서 얼마든지 감염될 수 있다”며 “예약제 등을 통해 야외 공간의 이용자 수를 제한하는 게 한 방법”이라고 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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