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제작·유포된 성착취물 피해여성이 최소 74명(미성년자 16명)에 달하지만 31일 현재 수사당국이 신원을 파악한 피해자는 20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등 ‘2차 피해’를 우려해 끔찍한 기억을 홀로 안은 채 고통받고 있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성착취 영상이 더 이상 유포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온라인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면 우선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피해자센터)를 찾아야 한다. 이곳에서 성착취물 삭제와 차단작업을 지원한다.
피해자센터는 피해사실 접수 즉시 동영상이 올라온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하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공문을 보내 해당 성착취물을 삭제·차단토록 요청한다. 피해자센터 관계자는 이날 “디지털 성착취물의 특성상 한번 유포된 영상은 2차·3차로 재유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삭제하는 걸 목표로 통상 3년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경찰청은 2016년부터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성착취 관련 영상이나 이미지 일부를 시스템에 넣으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여러 사이트에서 해당 성착취물이 유포되는지 실시간 검색한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애초 아동 성착취물에만 한정됐던 검색 범위가 현재는 일반음란물과 불법촬영물까지 넓어졌다. 각종 성폭력 관련 각종 시민단체는 법률지원과 심리상담을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들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피해자 본인 동의 없이는 부모 등 다른 사람에게 피해사실이 알려지지 않는데다, 주저하는 사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들은 2차 피해가 일어날 것을 두려워해 신고를 미루는 경향이 있지만, 성착취 피해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려면 신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성범죄 피해시 대처방법에 대한 교육도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센터 관계자도 “피해자가 미성년자라 해도 본인이 직접 신고한 경우에는 보호자 동의 없이 삭제를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도 “피해자 신고가 들어오면 담당자와 피해자가 1대 1로 상담·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선해야 할 문제점도 적지 않다. 특히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사이트의 경우 방심위가 삭제를 권고해도 이를 강제할 수 없다. 현재로선 해외 사이트에 대해선 국내 접속차단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또 피해자센터나 경찰이 미성년자의 부모에게 신고 내용을 알리지 않아도 재판 진행 과정 등에서 의도치 않게 피해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유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상담센터 활동가는 “미성년자는 대개 부모님과 동거하는 경우가 많아 재판 진행상황을 서면으로 발송하면 비밀 보장이 어려울 수 있다”며 “피해자를 고려한 보다 세밀한 행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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