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수냐, 절차 문제냐…‘7개월 딸 살인’ 감형 논란 檢 “대법 판례 필요”

Է:2020-03-1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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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검사 개인 잘못보다 소송절차상 문제로 판단

생후 7개월 딸을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A(22)씨와 아내 B(19)씨 부부 모습. 연합뉴스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 중형 선고가 어려워진 ‘생후 7개월 딸 방치 사건’에 대해 검찰이 “대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검사가 실수한 것 같다”고 했지만, 검찰은 법의 공백이 드러난 것이란 입장이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사건이 아니라 대법원 판례 확립 등 소송절차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사건의 공소유지를 담당해온 인천지검 관계자는 11일 “아동학대치사로 송치된 사건을 더 무거운 살인죄로 기소했고, 양형기준상 최고형을 선고 받은 사건”이라며 “항소했다면 오히려 ‘최고형을 받았는데 왜 항소했느냐’고 재판장이 지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검토를 거친 인천지검은 담당검사를 징계하기보다는 대법원 판례 확립을 통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사안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 A씨(22)와 아내 B씨(19) 부부는 지난해 5월 인천 부평구 자택에 생후 7개월 딸을 6일간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사체유기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A씨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B씨는 소년법에 따라 단기 7년~장기 15년의 ‘부정기형’을 선고받았다. 부정기형은 단기를 지나면 복역 태도에 따라 석방을 결정하는 제도다.

A씨 부부는 둘 다 항소했다. 형사소송에서 항소기간은 1심 선고일로부터 7일인데, 부인 B씨 측은 마지막 날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구형한대로 선고됐기에 항소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기일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재판부가 “형량이 대폭 조정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검사가 항소를 했어야 하는데 실수하신 것 같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아내 B씨가 항소심 도중 성인이 된 점을 언급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 도중 19세 이상이 된 경우 소년범에 따른 부정기형을 선고해선 안 된다. 여기에 검사가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한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B씨가 1심에서 받은 ‘단기 7년’이 선고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이 된 것이다. 그에 더해 재판부는 A씨에 대해서도 “B씨와 양형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감형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판부가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검사의 실수”라고 언급하면서 여론의 비판은 들끓었다. 법조계에서는 징계·감찰 대상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말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검사가 피고인의 항소 여부를 살펴 ‘맞항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사건의 경우에는 B씨가 항소기간 마지막 날에 항소해 검찰이 항소 사실 자체를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검사 개인의 잘못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 대법원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판례가 확립되면 비슷한 사건이 생길 때 구형한대로 선고됐더라도 항소를 하도록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내를 감형할 경우 남편의 형기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재판부 입장에 대해선 “부당하다는 의견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과 달리 재판이 길어지는 도중에 성년이 되는 경우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소심이 시작될 때는 19세 미만이었는데, 항소심 절차가 장기화되면서 성년이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검찰은 항소심 기간을 미리 계산해서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이번 사건의 담당 검사들에 대한 징계는 검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심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해 구형량대로 선고를 받았고, 책임을 추궁할 정도의 잘못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건 담당 검사들은 항소를 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는 재판부 지적이 나오자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한 부장검사는 “공소유지 경험이 많지만, 이런 사안은 처음 봤다”며 “다른 검사들도 항소할 생각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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