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요건 완화 정책을 발표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미국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는 것을 보고도 이러느냐"에서부터 "공매도 완전 금지도 아니고 부분 금지라니 이미 개미들은 다 죽었다" 등 격한 반응이 이날 오전 온라인을 달구었다.
기재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개최하고 11일부터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거래 금지 기간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시적 정책으로 정책 시행 기간은 3개월이다. 세부 내용은 이날 장 종료 후 금융위원회가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증시가 연일 폭락한 데 따른 대책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한시적이고 부분적인 공매도 금지임을 전제했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하다. 공매도 거래 규모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매도는 주식 채권 등을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예로 주식 가격이 10만원이면 이를 빌리고 바로 10만원에 판다. 이후 기관 등이 나서 대량으로 팔아버린 다음에 주식이 5만원으로 떨어지면 5만원에 사들인다. 10만원에 빌린 주식을 5만원에 갚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최종적으로는 5만원이 남는다. 주식을 빌리는 건 개인이 하기 어려운 데다 하락장에서 하락의 폭을 키우는 영향이 있기에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홍남기 부총리의 발표 직후 온라인 반응도 비난 일변도다. 관련 기사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렷다"는 댓글이 오전 10시 기준 찬성 600개가 넘는다. 반대는 단 8개다. "미국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걸 보고도 공매도 금지도 아니고 부분적이라니 세금으로 개미 다 죽인다"거나 "개미들 다 죽이고 발표 대단한 정부다" "장 전에 공매도 금지를 해야지 오늘 다 해 먹으라고 장 후에 적용이냐" 등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매도 지정종목 완화제도는 이미 공매도가 급증해 주가 변동이 일어난 종목에 취해지는 제도"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전체 불안심리가 있는 와중에 공매도 지정종목제도 완화가 아닌 공매도 자체를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함을 금융위원회에 촉구한다"는 보도자료를 이날 배포했다.
어젯밤 미국 증시 3대 지수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주식 시장의 예측성을 높여나가지 못한다면 코로나 19로 2주째 연이은 하락장을 맞이하고 있는 일반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장이 될 수밖에 없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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