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에 살고 있습니다. 트리아자비린을 국제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2일 SNS를 통해 ‘코로나 치료제를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묻자 2분 만에 답이 왔다. 트리아자비린(Triazavirin)은 러시아에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일종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다. 러시아에서는 정식 판매되는 제품이지만 국내에서는 사용 허가가 나지 않았다.

처방전 없이 복용 가능하냐는 질문에 판매자는 “러시아에서도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적어서 누구나 복용할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은 대량으로 사 가고 있다”고 했다. 법적인 문제를 걱정했더니 “사람의 생명은 법을 초월한다”고도 했다. 그는 실제로 국제 택배를 보낸 송장 사진도 보여줬다. 송장에는 ‘비타민’이라고 적혀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면서 치료제로 소개된 약품을 자급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와 정부 의료 시스템에 불신이 맞물리며 의약품 오용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마스크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는 현실이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업자들은 공포 마케팅에 편승하기도 했다.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은 유튜브와 포털사이트, SNS 등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또 다른 러시아 구매 대행 사이트에도 트리아자비린 약품에 대한 구매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시작된 1차분 300개 물량은 금세 동이 났고, 현재는 2차분 주문을 받고 있었다. 게시판에는 구매를 원한다는 글들도 계속 올라왔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Chloroquine)과 기생충 약인 니타조사나이드(Nitazoxanide) 등 다양한 항바이러스 제품들도 코로나19 치료제로 인기를 끌었다. 외국 언론과 학계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해당 약품들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로 둔갑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나라에서 대비책을 찾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귀한 정보 감사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이미 치료제가 나와 있다’며 외국 제품 사용 허가를 촉구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실제 해외 임상 사용 결과 일부 제품이 코로나19 억제 효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계 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대증치료(증세에 대응한 임시적 치료법) 과정에서 칼레트라 등 일부 약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환자의 상태에 따른 의사의 의학적 처방에 따른 조치다.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일부 약품은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의사 처방 없이 잘못 복용했다가는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에 감염된 고령의 환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가 약물을 사용할 경우에는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김범태 한국화학연구소 산하 신종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장은 “의사가 진단한 뒤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일부 약품들이) 치료제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 때문에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바이러스학회 홍보부장을 맡고 있는 이근화 한양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여 공식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전문의약품을 외국에서 구매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일부 치료가 됐다는 보고들도 있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효능을 판단하기 이르다”면서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의 환자들이 이러한 약을 복용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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