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성폭력 사례를 공개적으로 고발한 최영미 시인이 “진영논리로 접근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영미 시인은 12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발언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모델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제가 시대의 오물을 뒤집어쓰고 그 시들을 썼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 시들을 진영논리로 접근하지 말아달라”며 “위선에 진보, 보수가 따로 있나. 운동권 전체를 성추행 집단으로 몰지 말라. 제발”이라고 요구했다.
최 시인은 전날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시집 ‘돼지들에게’ 개정증보판 출간 간담회에서 과거 만연했던 성폭력 사례들을 고발했다.
‘돼지들에게’는 2005년 초판 출간 당시 ‘진보의 위선’을 고발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15년간 작품에 등장하는 돼지들의 실체에 대해 무수한 논란이 있었다.
간담회에서 최 시인은 ‘돼지’의 실제 모델이 2005년 만났던 문화예술계 유력인사라고 밝혔다. 그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담긴 말을 듣고 매우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불러내고서 뭔가를 기대하는 듯했다“며 “이런 시를 쓰도록 동기를 제공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87년 대통령선거 당시 진보진영 단일후보였던 백기완 후보 캠프에서 성추행이 빈번했다는 주장도 했다. 누군가 옷에 손을 집어넣는 성추행을 당했으나 “네가 계속 운동을 하려면 더 심한 것도 참아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을 들었다고 했다.
최 시인은 2017년 말 ‘미투(Me Too)’ 운동 당시에도 한국 문단 기득권층의 성폭력 행태를 고발한 시 ‘괴물’을 발표해 고은 시인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최 시인은 1992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며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이미 뜨거운 것들’, 산문집 ‘시대의 우울’,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등을 출간했다.
박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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