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500여명의 의료진이 감염 상태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SCMP가 다수의 우한 내 소식통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까지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우한 의료진은 500명에 달하며, 의심증상을 보이는 의료진도 600여명에 이르렀다. 2월 중순에 접어든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의료진이 신종코로나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끝내 사망한 의료진도 있다. 신종코로나 확산을 처음으로 경고했다가 ‘루머 유포자’로 몰렸던 의사 리원량을 비롯해 최소 3명의 의료진이 목숨을 잃었다. 리원량이 근무했던 부문의 부책임자인 메이중밍도 감염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소식통들은 중국 보건 당국이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전체 의료진 감염 숫자를 누설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는 신종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사기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신종코로나 확산에 대한 정보 통제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우한 쉐허병원과 우한대 인민병원에서는 100여명의 의료진이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한 제1인민병원과 중난병원에서도 각각 50명이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중난병원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도 최소 40명의 의료진이 감염됐다고 기록됐다.
우한 내 한 대형 병원의 의사는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진을 위해 마련된 병상이 이미 다 찬 상태”라며 “보호 장비가 부족해 수많은 동료가 신종코로나에 감염되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그는 “감염된 동료의 컴퓨터단층촬영 결과를 보고 많은 의료진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면서 의료진의 신종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방호복 등 더 많은 의료 장비를 우한에 기증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중국 정부의 의료장비 지원이 강화되면서 사정이 나아졌지만, 이전에는 방호복이 떨어져 우의를 입거나 침대보를 잘라 마스크를 만들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한 인민병원의 호흡기 전문의 위창핑은 “지난달 14일 발열증상이 있었고, 이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매일 너무 많은 환자를 돌보느라 언제 감염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다른 동료와 함께 입원했으며, 여전히 치료를 받는 상태다.
우한은 물론 우한 인근 도시의 상황도 심각해 어저우(鄂州)시에서도 많은 의료진이 신종코로나에 감염됐다고 한 소식통은 귀띔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이안 립킨 교수는 “의료진은 신종코로나 환자와 긴밀하게 접촉하는 데다 장시간 근무와 피로 누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호 장비를 착용하더라도 신종코로나에 감염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는 우한 내 일반 병원이 신종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급히 개조된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전염병 전문인 베이징 유안병원의 의사 장커는 “우한 내 병원들은 전염병 전문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전염병 감염자를 입원시키고 치료하는 데 있어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병원이 신종코로나 확산의 온상이 되기 쉽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했을 때 중국 내 의료진 감염률은 18%, 홍콩은 22%였다”면서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에서도 10∼20%의 의료진이 감염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우한 내에서 신종코로나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데다 다수의 의료진까지 신종코로나에 감염되면서 우한의 의료 현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우한 내 한 대형 병원 의사는 “통상 100명의 간호사와 의사가 100명의 일반 환자와 16명의 중환자실 환자를 돌보는데, 이 100명의 의료진이 신종코로나에 감염되면 의료진 부족뿐 아니라 돌봐야 할 환자가 100명 더 늘어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을 우한에 계속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에서 1만여명의 의료진이 신종코로나 대응을 위해 우한에 파견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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