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개학을 맞은 학교들은 저마다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교사들은 등교한 학생들을 상대로 일일이 발열 체크를 했고, 교실마다 손 소독제가 비치됐다.
28일 개학한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등굣길에 오른 학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교장과 교감이 교문 앞에 나와 등교 지도를 했고, 교실에서는 담임 교사가 체온계를 들고 발열 검사를 진행했다. 하교시간에 맞춰 마중 나온 학부모들은 자녀를 보자마자 마스크를 고쳐 씌우고 준비해온 손 소독제를 발라주기도 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상황도 비슷했다. 학교 측은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학생들은 병원에 들리도록 사전 안내했다. 등교 후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보건실에서 다시 확인받도록 했지만, 검사받은 학생은 없었다고 한다.
6학년 딸과 1학년 아들을 둔 김모(44)씨는 “개학을 조금 늦추거나 봄방학을 당겼으면 했는데 결국 학교를 보냈다”며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단체생활을 해도 되는지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1학년 자녀를 둔 남모(36)씨도 “설 연휴가 고비였다고 하지만 개학 이후 상황이 더 관건이 될 것 같다”며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학교에 가지 않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초·중·고 1312개교 중 132곳(10.1%)이 개학했다. 29일과 30일에는 520개교가 추가로 수업에 들어간다. 초등학교의 경우 이번주가 지나면 90%가 개학하지만 학부모들의 개학 연기 청원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개학 연기를 요청하는 글이 20건 가까이 올라왔고, 약 4000명이 동의했다.
취학 전 아동을 둔 부모들의 근심은 더 깊다. 국내 세 번째 확진자가 투숙한 서울 강남구 호텔에서 1.5㎞ 떨어진 곳에 있는 한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등원하자마자 손을 씻기고 체온을 재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개학 연기 여부를 놓고 한때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혼선을 빚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해 “신종 코로나 상황이 위중하다”며 “개학 연기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박백범 차관 주재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영상 회의를 한 뒤 “현 단계에서 개학 연기를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의 이런 방침에도 불구하고 시교육청은 개학 연기를 계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현행 법규상 개학을 하루 이틀 미루는 조치는 학교장 권한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2월 학사일정까지 영향을 주는 휴업을 각 학교에 일괄적으로 권고하려면 교육당국과 보건당국이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은 긴급 대책회의를 통해 개학 연기가 필요하다고 봤지만 법적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교육부·복지부와 계속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범정부적인 방역체계 강화를 추진하는 상황을 감안하여 정상적인 학교운영을 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대로 우한 폐렴이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온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시·도 교육청은 후베이성 방문이 확인된 학생, 학부모, 교직원에게 귀국일 기준으로 최소 14일을 자가격리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자가격리되는 인원에 대해서는 학교별 전담자를 지정해 의심 증상이 있는지 등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기로 했다.
한편 중국 유학생이 많은 서울 중 대학의 어학당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은 이날 하루 휴강했고, 내부 회의를 통해 휴강 연장을 결정키로 했다. 이화여대는 언어교육원의 외국인 수강 대상 교과목을 무기한 휴강 처리하고,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단체 캠퍼스 투어’를 전면 취소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서강대 등도 임시 휴강 조치를 취했다.
박구인 조민아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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