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인 지난 25일 9명의 사상자를 낸 강원도 동해시 토바펜션 가스폭발 사고는 불법영업과 안전불감증, 당국의 감독소홀, 뒤늦은 조치 등 총체적 부실이 빚어낸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불과 1년 전인 2018년 12월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펜션 참사에도 불구하고 무허가 배짱영업으로 인해 발생한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다.
27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가 난 펜션은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은 1968년 냉동공장으로 준공됐다. 이어 1999년 건물 2층 일부를 다가구주택으로 용도 변경한 뒤 2011년부터 펜션 영업을 시작했으나 동해시에는 펜션 영업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건축물대장에도 ‘근린생활시설 및 다가구주택’으로 분류돼 있다.
소방당국은 지난해 11월 4일 ‘화재 안전 특별조사’ 당시 이 건물의 2층 다가구주택 부분이 펜션 용도로 불법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내부 점검을 시도했으나 건물주가 거부해 점검하지 못했다. 다가구주택의 경우 세입자 등이 내부 확인을 거부하면 강제로 점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소방당국은 지난해 12월 9일 동해시에 이 같은 위반 사항을 통보했다.

건물주는 펜션 불법 영업이 적발된 지 나흘 만에 동해시를 찾아 숙박업 변경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보완서류 미비로 신청을 자진 취하하고 불법 영업을 계속해 왔다.
동해시 윤승기 부시장은 이날 오후 동해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11월 인터넷 모니터링 전수조사를 통해 적발한 업소에 자진 폐업 권고 및 인허가 신청을 안내했지만 이번에 사고가 난 시설은 모니터링에서 빠져있었다”며 “소방서에서 통보한 위반사례에 대한 후속 조치를 준비하는 와중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의 안전대책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26일 진행한 합동 감식에선 LP가스 배관 마감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이 확인됐다. 해당 펜션은 가스레인지를 전기시설인 인덕션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LP가스 배관 마감이 제대로 안 돼 LP가스가 누출됐고, 휴대용 가스버너를 켜면서 폭발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폭발 당시 막음 장치가 터져 나가거나 녹아내린 것인지, 아니면 실수로 마감을 안 한 것인지 등은 정밀 감식을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합동 감식팀은 사고 당시 1∼2분 간격으로 두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고 현장 LP가스 배관 상태와 또 다른 발화 물질이 있는지 등을 살폈다. 경찰은 피해자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되고, 중상자 3명도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은 점 등으로 미뤄 폭발력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고, 건물 내 가스 배관에서 LP가스가 누출됐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 점검했다.
가스 폭발사고는 지난 25일 오후 7시46분쯤 동해시 묵호진동의 토바펜션 2층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이모(70·여)씨 등 5명이 숨지고, 2명이 전신 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자매, 부부, 사촌 등 일가친척 관계로 같은 객실에 묵다 사고를 당했다. 또한 아래층 횟집을 이용한 2명은 가벼운 상처를 입어 치료 후 귀가했다.
이들은 최근 아들을 잃고 실의에 잠긴 셋째 이모(58·여)씨를 위로하기 위해 가족 모임을 가졌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는 최근 아들이 동남아에서 지병으로 숨진 뒤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조울증 등을 앓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해=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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