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준수’ 요구하는 일본…전문가 “장기전 될 수도”

한·일 정상이 15개월 만에 공식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핵심 갈등’인 수출규제의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종 수출규제를 한 단계 풀었다. 반도체 소재인 포토레스트의 수출 허가 방식을 변경하면서 ‘완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수출규제 빅딜’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의 영역에 서 있다. 전문가들은 강제징용 문제를 놓고 새로운 해법을 도출하지 않는 한 장기전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공식적인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이후 15개월 만이다. 그동안 두 정상은 꼬인 양국 관계를 반영하듯 ‘10초 악수’ ‘11분 환담’이라는 초라한 만남을 가졌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10초간 악수만 나눴다. 지난달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때 11분간 환담도 나눴지만, 그게 전부였다.
모처럼의 공식 회담이기에 악화되기만 하는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풀 계기를 만들지 기대가 크다. 때마침 일본 정부는 지난 20일 시행령을 개정해 포토레지스트의 수출 허가 방식을 바꿨다. 지난 7월 수출규제 이후 일본의 수출기업이 경제산업성에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던 걸 특정포괄허가로 변경했다. 한 번 수출 허가를 받으면 동일한 거래 상대방(수입 기업)에 대해 3년 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에 일본 정부가 포토레지스트를 시작으로 수출규제를 하나씩 철회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국 정부 안팎에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잠시 중단하기로 한 데 따른 상응조치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은 선을 그었다.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23일 “거래 실태를 바탕으로 단순 신청절차를 변경한 것”이라며 “결코 (수출규제) 완화 조치가 아니다”고 했다. 일본의 수출절차 변경이 한국에 유화 시그널을 보냈다기보다는 자국 기업 편의를 봐준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한국의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수입 의존도는 88.0%(2018년 금액 기준)에 이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수출하는 일본 기업의 수고를 덜어주는 사실상의 완화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도 “이것만으로는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일본 정부 측에선 정상회담에 앞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할 말은 하겠다”고 벼르는 분위기가 강하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키도록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대법원의 일본기업 배상 결정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다는 의미다.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강제징용 문제에서 새로운 출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수출규제 철회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일본의 수출규제는 애초부터 강제징용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라며 “양국이 사로에게 정치적으로 출구전략을 마련해줘야 사태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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