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정·전교꼴찌·사교육 제로…각양각색 2020 수능 만점자들

Է:2019-12-04 17:45
ϱ
ũ
왼쪽부터 최준영군, 송영준군, 남정환군. 연합뉴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만점자들의 사연이 4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오후 내내 수능 만점자 관련 키워드가 주요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특히 이들의 ‘공부 비결’이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언론에 소개된 만점자 대부분은 ‘사교육’보다 ‘학교 공부에 충실했던 것’을 좋은 성적의 비결로 꼽았다. 학원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인터넷 강의를 활용하는 등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것이다. 한 만점자는 “공부는 결국 혼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내파’ 학생이 외고에서 살아남기…한영외고 최준영군

한영외국어고등학교 최준영(18)군은 평범한 맞벌이 가정에서 자랐다. 서울교통공사 소속인 아버지는 서울의 한 지하철역 부역장으로 근무 중이고, 어머니도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다. 순수 ‘국내파’인 최군은 엘리트 학생들이 모인다는 한영외고에서 3학년 216명 가운데 줄곧 10권을 유지하다가 이번 수능에서 만점이라는 결과를 거머쥐었다.

최군은 ‘고등학교 3년간 어떻게 공부했나’라는 질문에 “집 근처 종합학원을 다닌 것 말고는 다른 학원에 가지 않았다”며 “개인 과외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유명 학원이 모여있는 강남 대치동 학원에는 가본 적도 없다고 한다.

그가 강조한 것은 ‘집중력’이었다. 최군은 “아무리 좋은 수업을 들어도 딴 생각을 하면 돈을 땅바닥에 버리는 것”이라며 “공부는 결국 혼자하는 것이고, 혼자 문제집을 풀어도 집중하면 그게 다 자기 것이 된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지도 큰 힘이 됐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문제집이 필요하다고 하면 사게 해주고,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하면 정기권을 끊어주는 식으로 지원해줬다는 게 최군의 설명이다.

최군은 또 “집에서 언제나 독서를 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되고,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바쁜 와중에도 공부를 도와줬던 것이 ‘공부하는 습관’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했다.

유학 경험이 없는 최군은 외고에 다니면서 겪은 고충도 털어놨다. 최군은 “처음에 학교에 입학했는데 친구들이 영어를 진짜 잘하더라”며 “스스로 위축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 좀 더 잘할 수 있었다.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항상 했다”고 귀띔했다.

다만 그는 “갈수록 대입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학생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지고 ‘개천에서 용 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수능 준비에) 돈이 많이 들고 힘들어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군은 고등학교 3년간 수능공부 외에도 동양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 동북공정 문제 등에 대해 소논문을 썼고, 열심히 중국어를 공부한 덕분에 원서를 읽을 정도의 독해 실력도 갖추게 됐다.

그러나 대입 정시로 서울대 경제학과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 최군은 “역사를 공부할 수록 역사는 돈이 움직인다는 것을 느꼈다”며 “경제사를 알아야 역사를 바로 알 수 있고, 경제사를 알려면 경제학을 알아야 하겠기에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래 역사 관련 교수나 연구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전교 꼴찌에서 수능 만점…김해외고 송영준군

“고등학교 진학하고 나서 사교육 받은 아이들한테 성적에서 밀렸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어요. 사교육 없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저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죠. 노력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만점자 김해외국어고등학교 송영준(18)군은 “사교육 없이 학교 공부에만 충실해도 좋은 성적을 받는 게 ‘올바른 세상’이라고 굳게 믿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군은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전교 10등대 성적을 유지한 ‘모범생’이었다. 식당에서 힘들게 일하는 홀어머니와 지내며 학원이나 과외 한번 없이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였다. 하지만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김해외고에 진학한 뒤 치른 반 편성고사에서 큰 좌절감을 느꼈다.

전교 127명 중 126등. 송군은 입학 일주일 만에 담임선생님을 찾아 “공고로 진학하겠다”고 말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빨리 취업해 어머니의 짐을 덜어드려야 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송군에게 담임선생님은 “형편이 어려우면 장학금을 알아봐 주겠다. 포기하지 말고 해보자”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송군은 “선생님이 장학금까지 알아보며 저를 믿어주니 거기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더 학업에 매진했다”면서 “고1 여름방학이 터닝포인트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과목이던 수학 문제집 7권을 푼 뒤 자신감이 붙었고 다른 과목에 투자하는 시간도 늘며 성적이 올랐다”고 성적 상승의 비결을 설명했다.


송군도 최군처럼 사교육 경험이 거의 없었다. 초등학교 4~6학년 때 동네 공부방에서 영어와 수학을 배운 것 말고는 학원을 다닌 적이 없었던 것이다. 대신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부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활용했다. 매일 밤 12시, 3학년이 된 후에는 새벽 1시까지 홀로 공부했던 것도 실력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됐다.

“수능 전에 ‘만점 나오면 선물 뭐 해 줄 거냐’는 식의 질문을 주변에 하며 일종의 자기최면을 걸었어요. 그렇게 떠들고 다니니 부담감 때문이라도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죠.”

송군의 꿈은 정의로운 검사가 돼 우리 사회 부조리를 바로잡거나 의사로 살며 어머니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이다. 그는 “힘든 가정사를 숨길 생각도 해봤으나 이런 것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좋은 세상이라 생각해 말하게 됐다”며 “대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신나게 놀며 그간 가져보지 못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꾸준함이 비결”…공주대부설고 남정환군

공주대부설고 남정환(18)군은 ‘학교 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학교 수업이 수능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어느 과목이든 졸지 않고 수업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수능 만점의 비결을 설명했다.

기숙형 학교를 3년간 다닌 남군은 학원이나 과외 없이 학교 수업과 자습 시간을 활용해 공부했다. 무엇보다 ‘꾸준히’ 공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몰아서 한꺼번에 공부하기보다 학습플래너를 활용해 스스로 필요한 만큼의 하루하루 학습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했다. 부족한 부분은 학교 선생님에게 질문하거나, 필요한 부분의 인터넷 강의만 수강하는 방법으로 채웠다.


남군은 “학교와 기숙사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었던 친구들이 고맙고, 3년 동안 밤늦게까지 보살펴주신 선생님과 무엇보다 기숙사에 보낸 아들을 늘 생각하시고 챙겨주신 부모님께도 감사드린다”고 만점 소감을 밝혔다.

남 군은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고자 의예과에 지원할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